나라에 이사온지 언 4개월이 되어간다. 목조건물인 내 집은 2층집인데 일본 사람들이 왜이렇게 소곤소곤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에서는 옆집 변기 물 내리는 소리도 가끔 들린다. 그만큼 목조건물이 방음효과가 형편없다는 것이지만 집과 집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모두가 한 지붕 아래 사는 기분이 종종 들기도 한다. 나무로 만든 집이야말로 진정한 집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라 그런지 소곤소곤 말하기가 습관이 되었나 보다. 내 목소리가 그렇게 큰 건 아닌데, 이 동네에서는 데시벨이 가장 높은 주민의 한명으로 인식되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반면에 바깥의 동물소리도 잘 들린다. 아침마다 들리는 짹짹 소리에 눈이 떠지고, 사슴 우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사슴 우는 소리를 나라에 와서 처음 들었는데, 저런 이쁜 동물이 그런 듣기 싫은 소리를 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특히 요즘은 강남갔던 제비가 우리동네에서 난리도 아니다. 여기저기 집을 짓고 새끼들에게 모이주기 바쁜 어미제비를 보고 있자니 너무 귀여워서 한없이 보게 된다. 사실 제비를 처음 보거니와 제비가 이렇게 도시(사실 시골이지만)에 사는지도 몰랐다. 초가집 처마에 집을 짓는 거라고만 상상했었으니까. 제비들은 모두 아케이드 형식의 상점가에 자리 잡았는데 아마 벌레가 많아서 일까?
요즘 가장 시끄럽게 짹짹 거리는 제비 가족이다. 그래서 패밀리마트 밑은 똥밭이다. 잘 먹고 잘 싸는, 옹기종기 모여서 어미제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새끼제비들이 다 크면 강남에 갔다가 다시 내년에 오기만을 기다려질 것 같다.
사슴도 6월이 출산시기라 여기저기서 발도 제대로 못가누는 밤비들이 어슬렁 거린다. 나라의 6월은 초록초록하고 먹이 먹기 바쁜 새끼 동물들로 가득하다. 나는 나라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