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크루즈의 기항지는 총 10곳인데 정말 어느 곳 하나 알지 못했다. 그래도 술쟁이로서 마데이라 럼, 마데이라 와인은 알고 있었기에 대서양 크루즈의 첫 기항지가 마데이라 주도의 푼샬이라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어찌됐던 뭐라도 아는 구석이 있는 곳이니까. 푼샬에서 한 일이라고는 오로지 먹고 마시는 것 뿐이었다. 술쟁이의 여행이란 다른 이들의 여행보다 좀 더 쉬운 면모가 있다. 어디를 가든 술은 있고,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러면 보통 여행은 술술 풀리기 마련이다. 마데이라에 왔으니 마데이라 술을 마셔야하지만, 하필 푼샬에 기항한 날이 일요일이라 마데이라 와인 양조장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기념품 샵이다. 뽀얗게 먼지가 이는 지하의 술창고에는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를 닮은 사장님이 지키고 있다. 손님이 올 때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시음 테이블의 술을 따라주고 더듬더듬 술을 설명해준다. 마데이라 와인은 포르투갈령 마데이라 섬에서 생산되는 강화 와인으로 발효 중이나 후에 브랜디를 첨가해 도수를 높인 와인이다. 포트 와인과 친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와인에 브랜디를 섞은 건 같으나 맛의 결은 좀 다르다. 포르투칼이 마데이라 섬을 개척한 후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해 설탕 산업은 마데이라의 주요사업이었지만 현재는 쇠퇴한 상태이다. 현재 럼 및 전통 과자 등을 사용하는데 사용할 사탕수수만이 소량 재배되고 있다고. 시음으로 할아버지가 따라주는 마데이라 와인과 럼을 한 잔씩 마신다. 솔직히 훌륭한 맛은 아니다.
점심은 뽈뽀와 폰챠이다. 마데이라 럼, 꿀, 레몬즙을 기본으로 상큼한 맛의 폰챠는 마데이라의 어부들이 체온을 유지하고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마셨던 것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상큼한 폰챠와 신선한 문어와 상쾌한 공기가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와인 샵에도 가서 무료 시음과 유료 시음을 하고 동네 펍에서 마데이라 럼과 폰챠를 한잔 씩 더 마시고 얼큰하게 술이 오른 상태로 다시 크루즈에 올랐다.
젠님의 글을 읽다보면 제 간이 원망스러워져요 ㅋㅋㅋㅋㅋㅋ 젠님의 술 해상도 부럽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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