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든 것을 만들어가는 중

in hive-102798 •  4 years ago  (edited)

가오픈 둘 째날, 당마에서 점찍어둔 계란 팬을 받으러 신풍역을 먼저 들르기로 했다. 집을 나설 때 보슬보슬 비가 오는데 우산을 가지러 집에 다시 돌아가기 귀찮아 바로 지하철을 탔는데, 신풍역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걸어서 10분 거리, 주변에 편의점은 보이지 않았다. 비를 맞는 건 상관없지만 노트북이 염려되는 상태, 하지만 도리가 있나 맞을 수 밖에. 비를 쫄딱 맞고 안경에는 빗물이 방울방울 고여있는 채로 당근 마켓 판매자를 만났다. 그녀는 수상한 내 모습에도 별말 하지 않고 팬을 건네주고 떠났다.

20세기 소년에 도착하니 1시가 갓 넘어있었다. 오늘은, 어제 처럼 커피 손님이 많지 않았다고. 피곤할 수도 있으니 컨디션 조절하며 늦게 나오라고들 말하지만 늦게 가면 내가 놓치는 순간이 길어지기에 아쉬워서 서둘러 나가게 된다. 매일매일 카메라를 가져가지만 사진을 안찍게 된다. 오늘 점심에는 옆집 푸줏간 사장님과 콜라보해 내놓을 안주, 목살 스테이크를 시험해봤다. 시즈닝해서 맛깔나게 구워주신 고기 옆에 방울 토마토와, 양파, 버섯을 구워내서 내고 감자튀김에 샐러드까지 곁들이니 정말 그럴싸한 한 접시가 되었다. 아마, 20세기 여름의 인기메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자른 버전, 안 자른 버전에 스테이크 소스를 올려 완성본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은 손님이 정말 많지 않았다. 처음으로 레몬에이드 주문이 들어왔는데 탄산수+자몽이 굉장히 맛있었던 반면, 탄산수+레몬이 정말 싱거웠다. 사이다+레몬, 사이다+레몬+레몬즙 추가, 토닉워터+레몬 등을 테스트해 본 결과 레몬은 토닉과 섞기로 했다. 이로써, 20세기 소년의 레몬에이드, 자몽에이드는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완성형에 도달.

저녁에는 다시 납득할 만한 맛의 '오흐리드의 노을'을 만들어보다가 아무리 여러차례 시도해도 시브리즈 자체가 내가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아 역시 노을과 닮은 코스모폴리탄으로 노선을 선회하기로 했다. 저녁 내내 한가해서 내일, 오픈날의 만원? 대혼란?사태를 대비하여 식자재를 손질했다. 골방을 뒤지던 마법사님은 길쭉하지만 작은 맥주 잔을 찾아내, 현재 너무 커서 밑빠진 독처럼 아이스크림과 후루츠 칵테일을 퍼부어야만 한 블랑 파르페 잔의 대안이 되었다.

"한 번, 만들어주시죠."

5시에 밥을 먹으면 저녁 9시~10시에는 배가 고프시다는 마법사님은 배가 고프신지 컵을 핑계로 파르페를 요청했고 춘자님은 차곡차곡 층을 쌓아 예쁜 파르페를 완성했다. 먼저 광희 작가님께 맛을 볼 것을 권했는데, 광희 작가님은 수저로 달그락 달그락, 빨대로 컵 밑의 음료도 쯉쯉, 맛깔난 asmr을 선보이며 순식간에 파르페를 끝냈다. 뒤이어 마법사님도 파르페 한 잔을 순삭하셨다. 1인 1파....이제 마감하고 나갈까 싶은 순간에 '머프'님이 나타나셔서 스파클링 와인을 시켰고, 남성 3인조도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하이볼을 5잔이나 만들고 반건조 오징어도 구워야 했다. 근데.........반건조 오징어의 냄새가 정말이지,,,,,,,,,너무 싫어............꾸릿꾸릿한 냄새와 바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단 말이다. 광희 작가님은 반건조 오징어를 선택한 이유가 차별성 때문이라며, 이 메뉴에 대한 미련이 가득해 보였으나,,,고물님, 춘자님, 젠젠 모두 강력하게 오징어의 은퇴를 요구하는 바이다. 아마, 지금 있는 오징어까지만 안주로 나가고 그 이후로 20세기 소년에, 20세기의 여름에 오징어는 영영 없을 것이다. 아디오스...아까 손 빡빡 씻었는데도 아직 손에서 오징어 냄새가 진동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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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입니다.
가까이 있으면 가 보겠는데, 너무 멀어요. ㅠㅠ

놀러오시면 좋을텐데!! 아쉬워요 ㅠ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징어 때문에 진짜 이렇게 웃어보긴 저 진짜 오열하며 웃었어요 불땅한 젠젠 고생했어요

오징어,,,가만 안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