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돔카르, 이토록 찬란한 2안 (1)

in hive-102798 •  last year  (edited)

KakaoTalk_20230619_200834416.jpg

올해 라다크의 날씨는 상당히 기이했다. 지구 온난화로 세계 어디든 이상 기후가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다지만 라다크의 날씨에는 이상함을 뛰어넘은 기괴함이 있었다. 때 이른 폭염으로 모두가 더위가 싸우고 있던 5월 우리는 추위와 싸웠다. 춥다가, 눈보라가 치다가, 맑다가, 우박이 내리다가, 갑작스러운 비가 내리곤 했다. 맑다가도 훽 먹구름을 몰고오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평소라면 날씨가 이상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겠지만 올해는 <춘자 로드>로 라다크 전역을 여행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행자에게 길이 열린 한레의 계획은 무한대로 연기되고 있었다. 천문대가 있어 별을 보러 가는 곳인 만큼 날씨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몇 주째 아무리 체크해도 맑음은 뜨지 않았다. 날씨를 고르고 골라 하루를 확정했다. 날을 정했으니 날씨가 맑든 말든 죽이되든 밥이되든 떠나는 수 밖에 없었다. 멤버는 춘자, 나, 초모, 스텔라, 그리고 운전은 초모네 드라이버가 맡아주기로 했다.

"어떡하지. 우리 드라이버가 경찰서 유치장에 있대."

빨레네 집에서 파티를 벌이던 중 초모는 경찰에게 전화를 받았다. 초모와 싱게의 드라이버가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어서 경찰서에 연행되었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공공연하게 대마초를 판매하고 길거리에서는 대마초 냄새가 어디든 나는 인도지만 이걸로 문제가 생긴 사람은 실제로 처음 봤다. 초모는 드라이버의 집주인이 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를 했을 것 같다고 했다.

'한레는 어떻게 가지?'

드라이버의 사정은 딱했지만 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당장 새로운 드라이버를 찾는 것도 막막했다. 그 때 빨레가 자신의 고향인 돔카르에 창을 마시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썩 내키는 제안은 아니었다. 돔카르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한레에서 쏟아지는 별을 절실히 보고 싶었다.

"한레를 갈 수 있으면 가고, 만약에 못가면 돔카르를 가자."

돔카르는 1안이 아니고 2안이었다. 결국 드라이버는 꽤 오래 유치장에서 나오지 못했고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돔카르행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퍼밋이었다. 미리 며칠 전에 델렉에게 퍼밋을 부탁했지만 5일이 지났지만 깜깜 무소식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델렉은 퍼밋 연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온 몸에 힘이 쫙빠지고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그냥 어디도 가지 말고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파티 중이라, 우선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놓을테니 네가 dc 오피스로 가서 스탬프를 받아."

5분이면 해결하는 일을 이제야 처리하는데다가 그 마무리조차 해주지 않고 우리에게 미루는 델렉이 야속하기만 했다. 다음 날 아침 춘자는 홀로 퍼밋을 위해 뛰어 다녔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돔카르로 출발하였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출발하니 신이 났다. (2부로 이어집니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image.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