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쓰(Runearth)] 가치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가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진짜 가을이 된 거 같다. 땀이 나지 않아서인지 몸이 더 가볍게 느껴졌다. 조금씩 속도를 올려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그 페이스대로 쭉 밀어서 10km를 달렸다. 10km 40분 27초. 스트라바 최고 기록이 나왔다. 공식 대회에서 10km 39분 1초였는데 스트라바에서는 0.1km가 모자르게 나와 기록이 되지 않았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기록이란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습관이 쌓이다 보면 향상되는 것 또한 기록이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 기록에 만족한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렸다면 38분, 혹은 37분까지 나올 수 있었기에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을 느꼈다.

10km를 달리고 몸을 풀기 위해 천천히 조깅을 했다. 3km 정도만 달리려고 했는데 힘이 남아돌아 조깅이 아닌 평소보다 빠른 달리기가 되었다. 기분 좋게 달리고 돌아오는 길에 떨어진 동전을 발견했다. 신호가 바뀌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냉큼 주웠다. 오가는 차에 얼마나 혹독하게 당했는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뭔가 생명을 구해준 것처럼 뿌듯했다. 집에 와 가장 먼저 반겨주는 둘째에게 깨끗이 씻어서 저금하라고 주었다. 둘째가 비누칠까지 해서 뽀득뽀득 씻으니 조금이나마 제 형태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조금 못나 보여도 자신이 가진 가치를 잃지 않는 동전처럼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서 좋은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 가치를 올려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