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쓰(Runearth)] 봄비

오늘은 일찌감치 일어나 마실 준비를 했다. 비소식이 있어 창문을 열어보니 봄비가 촉촉히 스며들어 있었다. 옷 구매를 안 한지 꽤나 오래 지났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바람막이가 방수기능을 잃은지 오래다. 혹시나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바람막이 안에 얇은 바람막이 하나를 더 입었다. 혹시나 하나 생각이 적중했다. 달리고 난 후 옷이 흠뻑 젖어있었다. 반팔에 바람막이 하나만 입고 나갔다면 추위에 컨디션이 뚝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봄비 머금은 옷은 무거웠지만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달려서 괜찮았다.

비를 맞고 달려도 거의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날이 풀렸다. 하긴 곳곳에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피는 나무까지 있으니 만연한 봄이다. 봄꽃이 피는 걸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이제 그만 멈춘 거 같다. 아마 그도 봄꽃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설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나보다 아름다운 존재를, 애닳게 기다렸을 테다. 왜냐하면 새로이 시작하는 모든 존재들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으니까.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을 온전히 가지고 있으니까.

봄비 후에 찾아오는 존재들은 반갑게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비워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