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지인을 만나고 귀가하는 길에 비가 쏟아지는데 오랜만에 보는 비가 반가웠다. 집 근처 전봇대 아래 잠시 정차하여 차 천장에 튀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앞유리에 흐르는 빗물을 한참 바라보는데 느낌이 괜찮았다.
썬루프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생각하면서 아쉬운대로 오르막 비탈로 차를 옮기고 전선과 가로등 불빛을 올려다 보았다. 빗물 감상은 전화벨 소리와 함께 끝났다.
'아빠, 언제 와?'
차 시동을 켜자 차 밑에 있던 고양이가 놀라 달아나는게 보였다.
가끔 거실 창에서 오후 2시 정도 남중고도로 쏟아지는 햇살과 조용한 영화를 본다든가, 아무 말 없이 바람과 비와 교통과 건물을 본다든가, 침대 속에서 4년 전에 산 책을 읽는다든가 하면 좋은데, 평소에는 분명 그럴 시간이 있었는데 왜 내가 그러지 않는지 의아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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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 좋네요. 남중하는 빛 아래에서 영화보는 기분, 댓글 읽으니 팍 떠오릅니다. 평소에 쉽게 하던 행동보다는 잠깐 짬이 나서 하게되는 그런 행동들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거겠죠. 코로나 시국의 장마철 지루한 휴가일에 늘어져서 자는 잠보다 출장길에 휴게소에서 잠깐 맛보는 쪽잠이 더 맛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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