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앱을 켜는 행위에 대하여

주식 중독자의 가족은 끔찍한 고통을 받는다. 최근에 본 후기 만화가 너무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똘똘 뭉쳐 넘겨 온 가족의 막내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첫째의 아내였다. 첫째가 집안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아파트를 물려받기로 했는데, 부모님이 집을 팔기로 했다는 소식에 남편이 화를 낸다. 원래 내 집이었는데, 하면서.

이상한 조짐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남편이 막내에게 투자를 맡겼는데, 돈을 어디에 얼마를 투자한지 모른다. 이상함을 느낀 아내는 남편에게 막내를 확인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것은, 투자금을 다 날려먹고도 부족해 빚을 져서 주식을 하고, 빚도 메꾸지 못해 아파트를 팔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주식(도박)중독에 빠진 구성원이 있는 가족의 파멸은 비슷하다. 가족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하겠니, 하는 설득에 다른 구성원들은 돈을 모아 빚을 해결해 준다. 그러고 나면, 중독자는 다시 빚을 내 주식판에 뛰어든다.

가족들은 또다시 돈을 모아 해결해 주지만, 지원의 액수는 점점 줄어든다. 적금을 깨고, 모아둔 예금이 떨어지고, 말라버린 논처럼 감정에 쩍쩍 금이 간다. 가족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이 일련의 과정은 더 이상, 정말 백원짜리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반복된다.

구성원 중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보통 어머니다. 가족의 대부분이 포기해도 어머니는 남아 이곳저곳에서 대신 돈을 빌려주고, 늙은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가 겨우 만든 돈을 중독자에게 주고, 중독자는 하루이틀만에 돈을 날린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주식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행복 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고 나면 보통은 오른다(상승장이니까 당신도 주식을 사야겠다고 결심한 거지). 보상을 받은 셈이다. 보상에서 발생하는 쾌감은 뇌를 흥분시킨다. 즉각적이고, 강렬하다.

일을 해서 버는 돈은 받는 데 한달이나 걸리지만 주식시장에서 버는 돈은 5초면 확인할 수 있기에 뇌는 점점 주식에 중독되어간다. 마치 레버를 누르는 쥐처럼.

쥐 실험에서, 레버를 누르면 설탕물이 나오는 실험장치를 가져다 두면 쥐들은 열심히 레버를 누른다. 처음에는. 레버를 누를 때마다 설탕물이 나온다면 쥐는 점점 관심을 주지 않게 되고, 자기가 마시고 싶을 때 가끔 와서 레버를 누른다.

하지만 특정 확률로 설탕물이 나오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측하지 못한 보상에서 나오는 행복감은 레버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간헐적인 자극이 발생하는 레버의 확률을 조정하며 누르는 횟수를 관찰해 보면, 레버를 누르는 횟수는 평균 400번까지 늘어난다(불쌍한 쥐에게 무슨 짓이람!)

즉, 아침에 출근해 일도 안하고 테마주를 뒤적거리는 부장의 뇌 안에는 조그마한 쥐가 한마리 살고 있는 셈이다. 주식 어플을 켜서 주가를 확인하는 그의 뇌 안에는 쥐가 열심히 레버를 눌러대고 있다. 곧 설탕물이 나올 거야! 곧 주식이 떡상해서 반포자이의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이렇게 뇌는 주식에 중독되어간다. 벗어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어떤 사람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뇌의 쾌감 시스템을 이기기 불가능하다. 그 중 드문 사람은 가족들을 파멸시키기도 한다(불쌍한 부장님에게 유감을 표한다).

지금의 대상승장은 쫌쫌따리 돈을 모아 주식을 하고 있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은 본질적으로 예측불가능한 존재다. 당신의 귀여운 월급과 많이 자란 예금통장을 도살장에 보내고 싶지 않다면 기억하는게 좋을 것이다.

당신이 어플을 켤 때마다, 머릿속의 쥐가 레버를 한 번 누른다는 걸.

현실의 능력을 키우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