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이제는 과거가 된 의사파업, 혹은 진료거부 사태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의사 집단에게 제언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의사파업이 기존 파업과 무엇이 다른지도 생각하던 바가 있습니다. 생각난 김에 간단히 글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의사파업이 과거와 달랐던 점
일단 이번 의사파업은 예전의 여러 '파업'들과 다른 양상을 많이 보였습니다. 일단 파업이라는 것은 노동자들이 작업을 중단해 자본가에게 파업을 입히고 이 과정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자신들의 고용주인 병원을 대상으로 파업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번 의사파업과 유사한 것은 법, 제도 개선을 내세운 노동자들의 정치파업과 유사합니다.
정치파업의 경우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일관되게 노동조건과 무관한 파업이므로 불법이라는 입장을 지켜 왔습니다. 경총에서도 즉각 반발을 해 왔습니다. 물론 의사파업에 대해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우호적인 보도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존의 정치파업과 비교하면 매우 보도 태도가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건강을 볼모로 파업하는건 곤란하다고 하면서도 의사들의 입장에 대해 자세히 반영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런 보도태도를 노동자들의 정치파업에 대해서도 지켜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반응도 사뭇 달랐습니다. 박근혜 정권 말기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파업'에 대해 좋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이 무슨 파업이냐, 시민의 발을 볼모로 붙잡느냐, 연봉이 8000만원이 파업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많았죠.
물론 이번 의사파업에 대해서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따라서는 의사파업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최소한 5:5로 보일 정도로 치열하게 여론전이 진행됐습니다. 의사들이 고연봉이라고 누군가 지적해도 그것은 핵심이 아니라는 반박이 금세 나왔습니다. 2018년 기준 국내 임상의사의 숫자가 1000명당 2.4명인 것을 보면 커뮤니티 여론전에서 의사파업에 공감하는 분들이 모두 의사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은 파업하는 측에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 점입니다. 파업이란 무임금을 감수하면서도 무노동을 통해 자본가에게 타격을 입히는 행위입니다. 물론 파업이 끝나고 나서 자본가와 노동자 양측이 합의를 통해 그동안 양측이 받았던 피해를 복구하는 협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파업이란 파업을 실행하는 노동자에게도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의사들이 의사파업 와중에 무엇을 손해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공의들의 고용주인 병원들이 전공의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는 말도 못들어봤고, 의사들은 여전히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에 대해서도 구제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파업을 했다고 파업 당사자들이 경제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파업 당사자들이 털끝만한 손해도 받을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파업도 처음 봅니다.
국민여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파업도 처음 봅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다가 극렬투쟁까지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파업의 정당성을 설파하고자 함입니다. 극렬한 행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파업하고 있다는 소식 자체가 알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봉이 8000만원 넘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연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노동시간이 매우 길다던지, 평균 이상으로 산재가 많아서 죽고 다치는 노동자들이 많다던지 등 평범한 한국인들이 공감할만한 주제를 가지고 선전을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의사 개개인이 정부에 비해서는 약자일 수 있겠지만, 평범한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의사는 선망의 대상이자, 상위 0.1% 집단입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의사들이 자신들을 약자처럼 비유하고,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하는 모습에서 보통 사람들은 즉각적인 거부감을 느낀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사집단에게 하고 싶었던 말
이번 파업은 전공의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전공의들이 실제 병원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사람들은 병원장이나 개원의나 월급의사(봉직의)나 같은 '의사'로 봅니다. 일반인들이 그 차이를 알 수도 없고 알 이유도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병원장들은 의대생 정원확대가 좋다는데 전공의들은 안된다고 하는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똑같은 의사인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것입니다. 차라리 '의사노조'를 결성해서 봉직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시는게 주장도 뚜렷하게 할 수 있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좀더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에 대해서도 할말 할 수 있는 창구도 생기는 셈이니 좋지 않을까요.
현재의 의협, 또는 미래의 의사노조 집행부는 민주노총이나 참여연대에서 투쟁과 파업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는 파업, 시위 등 투쟁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 집단입니다. 2016년 촛불이나 2008년 촛불 등 나라를 뒤흔든 거대한 투쟁이 있을 때마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사람들이 음양으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시위 전문가들이 만든 시위 방식은 극우파들도 받아들여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장 시위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홍보전과 선전전에서도 시위 전문가들의 손길이 뻗어져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의사파업 과정에서 의사들이 투쟁에 있어서는 초보라는 점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평범한 한국인의 눈높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의사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 자체는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특히 생명과 직결된 과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수억원 연봉을 받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본인의 의료행위로 사람 목숨이 오가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보상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다만 의사들이 스스로를 약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평범한 시각에서는 거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고 봅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덕분이라며 챌린지, 전공의와 의대생을 미성년자로 묘사한 선전물은 평범한 이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이었습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실무작업에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 분들이 실무작업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시위 전문가들로부터 평범한 한국인들의 눈높이는 무엇인지,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선전, 선동 방법은 무엇인지 제대로 컨설팅을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본심을 숨길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정부 여당이 의대생 정원을 내건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전문직 정원 확충이 이슈화 되었을 때 전문직이 이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아는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회계사들도 매년 정원확충 관련해 정부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찻잔 속의 미풍으로 그칩니다. 로스쿨이 도입됐을 때 사시를 통과한 법조인들이 반발했지만 결국 전문직의 문을 넓힌다는 명분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의사들이 정원확충에 반대하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제가 의사라도 정원확대에 반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전문직의 정원확대 반대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정원확대에 반대하더라도 그거는 뒤로 돌리고, 부조리한 수가구조나 지방의 의료시설 부재 등 일반인들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어야 합니다. 의사들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가 투쟁의 전면에 나오다 보니 처음엔 의사파업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어느정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밥그릇 싸움이었네'라는 방향으로 여론이 옮겨져 갔습니다.
의사들이 최소한 의협 선거에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현재 최대집 의협 회장은 2018년 3월 전체 유권자 중 48%가 참여한 투표에서 30%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당시 의협회장 선거에서 유권자 수는 총 4만2721명이었고 최 회장이 얻은 표는 6199표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 강성 보수(박근혜 탄핵은 내란에 준하는 사태, 백남기 농민을 죽인 것은 물대포가 아니다 등) 성향인 최 회장이 당선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의사들은 '최대집은 다수 의사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분들 생각일 뿐이고,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 최대집은 의사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맞습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유권자의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 대통령이 한국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순 없습니다. 의사파업 과정에서 최대집의 강성보수 성향은 큰 걸림돌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수'라고 볼 순 없습니다. 정부여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진보도 보수도 아닌 사람도 있고, 보수이긴 하지만 최대집같은 강성보수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와서 '최대집이 앞장서니까 의사들의 목소리가 안먹힌다'고 한탄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차라리 최대집과 별개로 월급의사들이 주축이 되는 의사노조를 만드시길 추천합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다만 의사는 노조를 만들기는 어려울겁니다. 노동자로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작은 병원 봉직의는 노동자라기보다는 계약직인 임원에 가깝습니다. 1년짜리 계약직입니다. 다른 병원의 정규직 의사도 관리직으로 분류되지 노동자는 아닙니다.
그나마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는건 전공의나 전임의 정도 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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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아주대의료원에는 의사노조가 있다고 하네요. 의사파업 때문에 알아보니 개업한 의사, 봉직의, 전공의, 의대생 등등 다들 입장 차이가 어느정도는 있어 보입니다. 아주대의료원의 사례를 다른 의사들도 연구해서 노조 혹은 노조의 성격을 가지는 자치적인 결사체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노조가 중요한게 노조활동의 핵심중 하나가 연대활동이거든요. 의사를 제외한 다른 병원내 직군들은 '보건의료노조'로 조직된 경우가 많은데, 보건의료노조는 병원과 무관한 다른 노조와도 연대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다른 직군의 노동자들과 만나면서 타인의 처지에 대한 공감능력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사파업이 의사들 뜻대로 진행되지 않은 원인 중 하나가 공감능력 부재라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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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네요. 의사교수도 노조를 만들수 있었군요. 교수와 전공의중 교수는 갑인데 노동조합도 되다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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