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이후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정작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평가와 규명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가장 잘못된 것은 첫째, 정보 출처를 보호하지 못한 점, 둘째 정부여당의 북한의 행위에 대한 대응원칙이 불분명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정보출처보호에 관한 문제다. 며칠전에 정보의 출처보호가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 정보기관은 북한의 첩보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신형 대륙간 탄토탄 실험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정보를 획득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매우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보출처보호는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생명과 같다.
정보출처를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도 충격이다. 여당이나 야당에 군출신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보출처 보호는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군사작전계획보다 더 중요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 정보출처보호다.
그런 점에서 국가정보를 다루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국방부장관, 국방부정보본부장을 감찰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모두 남김없이 공개하라고 했다고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 공개하라고 해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서훈국가안보실장은 자신의 기본적인 역할을 방기했다. 특히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보출처보호와 관련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것 같으면 국정원장에 있을 이유가 없다.
만일 대통령의 지시때문에 그냥 모두 공개했다면 이번 문재인 정권 내부의 경직성은 역대 어떤 정권보다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대통령이 말하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설사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다고 해서 정보책임자들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둘째, 사건의 처리원칙에 관한 문제다. 문재인 정권은 처음에는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회의 북한에 대한 비난결의안도 그래서 추진되었다. 북한 통전부에서 보내온 한 장의 전문으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북한이 전통문을 보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 이례적인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거기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한다.
북한 통전부에서 보내온 전문은 국정원에서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지원이 국정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앞으로 그가 국내정치 공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적이 있다. 이번 북한의 통전부 전문도 박지원의 국정원이 일종의 정치공작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북한이 보내온 전문의 사실관계가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문제에 대한 해명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심을 증폭시킨다. 부탁을 받아 마지못해 전통문 한장 보내준 것 같다. 박지원의 국정원이 북한에게 전통문이라도 보내달라고 부탁했을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현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런 의심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전통문이 오자마자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 민주당은 북한에 대한 규탄의 태도를 바꾸었다. 그 극적인 태도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이 전통문에서 해명한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태도를 바꾸었다. 이런 행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북한의 전통문이 언급한 사실중에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를 따져야 했다. 만일 정보출처를 노출하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미 노출한 상황이기 때문에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무능한 야당은 그런 문제를 따질 능력이 없다. 그저 국민보호 운운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국민보호가 핵심적인 내용이 아니다.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해서 여당을 공격하겠다는 유치한 발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국민의 힘은 국민들의 힘을 빼고 있을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의당의 태도다. 정의당은 국민의 힘과 함께 북한비판에 동참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반북으로 잡은 모양이다. 이번 문제는 무조건 북한을 비판하기도 쉽지 않다.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북한을 비난할 수 있다. 민간인 사살에 관한 내용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전략적으로 다루고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생각없이 즉자적으로 대응하다가는 망하는 수가 있다. 북한이 아무생각없이 어업지도원을 사살했다고 생각하는가? 월북하겠다는 사람을 사살한다는 것은 정치적 고려없이 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당연히 현장지휘관이 결정한 사건이 아니다.
평양 최고지휘부에서 결심한 사건이다.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재가를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만일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당연한 고민은 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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