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을 버리면 역사가 없을 것이며,
역사를 버리면 민족의 그 국가에 대한 관념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단재 신채호>
『高麗史고려사』와 『東國通鑑동국통감』을 據(거)함에,
成宗 十二年(성종12년)에
契丹 大將 蕭遜寧(거란대장소손녕)이 入寇(입구)하여 北界를 攻(북계를 공)하며,
또 檄文을 移(격문을 리)하여 八十萬兵(80만병)이 장차 繼續(계속)하여 이르리라
恫喝(동갈)하니,
擧朝(거조)가 惶怯(황겁)하여
西京 以北(서경이북)을 割讓(할양)하여 乞和(걸화)하자는 議論(의논)이 일어났는데,
그 때 홀로 徐熙(서희)·李知白(이지백) 兩人이 있어
그 非計(비계)임을 駮論(박론)하여, 李知白(이지백)은 奏(주)하기를,
先生(선생)의 燃燈(연등)·八關(팔관)·仙郞(선랑) 等 會(등 회)를 恢復(회복)하고
他方(타방)의 異法(이법)을 排斥(배척)하여
國家 太平(국가 태평)의 基를 保(기를 보)하며 神明에 告(신명에 고)한 然後(연후)에,
戰(전)하다가 不勝(부승)하면 和(화)함이 늦지 않다 하였다.
入寇(입구): 쳐들어와서 약탈함
恫喝(동갈): 협박하며 큰소리치다
擧朝(거조): 온 조정
惶怯(황겁): 겁을먹고 정신이 혼미해짐
割讓(할양): 땅을 떼서 넘겨줌
乞和(걸화): 화친을 구걸함
非計(비계): 대책이 되지 못함
駮論(박론): 논리적으로 반박하다
奏(주): 아뢰다. 주장하다
基(기): 근본, 토대
他方(타방): 다른나라, 여기서는 송나라
異法(이법): 이상한 규칙, 여기서는 유교
(옮기면)
『고려사』와 『동국통감』을 근거로 살펴보면,
성종12년에
거란대장 소손녕이 쳐들어와서 북방지역를 공격하며,
협박문서를 통해 80만 군대가 장차 계속해서 쳐들어올 것이라고
협박하며 큰소리 치니,
임금과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겁을먹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서경이북지역의 땅을떼서 넘겨주고
화친을 구걸하자는 의논이 일어났는데,
그 때 오직 '서희, 이지백' 두 사람이 있어
화친 주장은 대책이 아님을 논리적으로 반박하였다.
이지백은 주장하기를,
선조들의 ‘연등,팔관,선랑, 등 모임을 회복하고
다른나라에서 들어온 괴이한 법을 배척하여
국가 태평의 토대를 지키며 신령에 아뢴후에,
싸우다가 이기지 못하면 화해를 청해도 늦지 않다 하였다.
< 출처: 조선역사상일천년래 제일대사건>
말로 뭐가 옳으니 그르니 떠들어봐야
총칼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는 것이다.
고려시대에 왕실과 조정에 유학이 전염병처럼 번지면서
현실에 눈을 감고
형이상학의 세계로 빠져들어간 조상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현대의 한국사회의 일부 세력에게 퍼져있는
'근거없는 화해모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역사를 모르는자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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