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나오는 길

범어사 구경을 마치고 나왔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갔다. 매우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은 전체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움은 부분적일 뿐이다.
그런 부분적인 아름다움도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숨어있는 모습을 찾아내야 한다.

아마도 비가 오지 않았고 운무가 깊지 않았다면 범어사 나가는 길은 그저 그런 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난 그저 사람이 없는 방향을 선택했다.

발길을 그 방향으로 돌리면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내마음속 깊숙한 어느 곳에서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그 희열이라고 해보았자 조그만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일 매순간을 그런 희열과 흥분 설렘을 담을 수 있다면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결국 삶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일상의 경이로움을 찾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범어사 마당 왼쪾으로 나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나는 좋았다. 남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아무런 보정도 하지 않았다.

내가 눈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대상은 모습을 달리한다. 앞에서 보는 모습과 뒤에서 보는 모습은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사람도 마찬가지 같다. 앞에서 보는 모습과 그 뒤에서 보는 모습은 다르다.
내 뒷모습은 어떻게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