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숙소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가 무기한 폐쇄됐다. 조금씩 운동의 결실을 맞이하던 때에 듣게 된 폐쇄 소식은 당혹스럽고 막막했다. 막연하게 봄이 오면 숙소 근처의 청계천을 달릴 계획을 하고 있었다. 몸을 더 가꾸어 날이 따뜻해지는 3월에 나갈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피트니스 센터의 폐쇄가 나의 계획을 앞당기게 했다.
일출과 일몰에 맞춰 하루 두 번 운동하던 패턴을 그대로 유지했다. 겨울은 해가 늦게 뜨는 덕분에 6시 30분쯤 나서도 일출 때를 맞출 수 있었다. 해가 뜨기 전 캄캄한 어둠과 매서운 겨울바람을 몸으로 맞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더 혹독했다. 조깅을 시작한 때는 조금씩 날이 풀리고 있었기에 낮과의 온도 대비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걷다 보면 곧 몸에서는 열이 났고, 그러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새벽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때가 오곤 했다. 아무도 없던 고요한 거리에 하나둘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들과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하늘 위로 붉은 해가 조용히 떠오르곤 했다. 그 광경은 피트니스 센터의 작은 창으로 보던 일출과는 또 다른 생생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그다음 주부터는 계속 감기 증상으로 고생했다. 가뜩이나 달이 짧은 2월에 2주 이상을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픈 날도 몇 있었다.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오미크론 증상과 비슷한 점이 많아 쉽게 외출을 하지도 못했다. 나을 듯 말 듯 쉽게 낫지 않는 몸의 상태는 점점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아픈 몸을 이유로 지난 한 달 열심히 꾸려온 하루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었다.
완벽히 낫지는 않았지만 몸이 회복되던 시기를 기점으로 조금씩 무너진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전처럼 많이 움직일 수 없었기에 방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들로 아침 조깅을 대체했다.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매일 방을 치우는 평소와 같은 일을 하나둘 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불안한 정신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의 불편한 증상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이번 주 들어서 다시 청계천을 걷기 시작했다. 2월이 다 지나간 것 같은데도 매서운 바람에 감기가 더 심해질 것을 걱정해야 했다.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걸으며 아무 결실도 없이 2월을 그냥 보냈다는 생각에 우울하고 조급해졌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2월은 원래 그런 달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뭘 하기에도, 하지 않기에도 애매한 달. 봄이 온 것 같지만, 아직 한 줌의 기다림을 더 필요로 하는 인내의 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짧은 2월이 내겐 그 어느 달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그 기다림이 길었던 것은 겨울과 봄 사이에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결실이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2022년의 2월을 통해 절감하게 되었다. 이제 2월이 며칠 남지 않았고, 오래 기다리던 봄이 올 것을 확신하며 따뜻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낫지 않은 몸의 증상도 3월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질 것이라 믿고 있고, 예상보다 이르게 시작하게 된 청계천 조깅도 서서히 싹을 틔울 것임을 믿는다.
살아 가는 모습이 슬쩍 엿보입니다. 열심히 살며 희망을 품는 모습에서 저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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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봄이 오네요. 건강한 봄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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