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하를 만들고 있다.

나는 운하를 만들고 있다./cjsdns

밤새 비가 내렸다.
지금도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봄비, 참 달게 내린다.

목마름으로 신음하는 대지를 다독여 주는 비
이래서 단비 단비 하는가 보다.

일기 예보를 보니
오늘 내내 전국이 흐리고 비다.

이 비가 보름만 20일만 일찍 왔어도 없었을 재앙
영동 지역 산불 생각이 난다.

잘못도 없이 삶의 터전과 생명을 잃어버린
괴 귀한 것들은 얼마나 될까.

봄비, 잘 도 내린다.
긁은 빗줄기 아니라도 죽죽 잘도 내린다.
생각나는 게 또 하나 있다.

제심 합력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생각난다.
본부장 때 처음 알게 된 그가
총장을 거쳐 단장이 되어서 왔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이다.

목마름 같은 갈증은
이슬비처럼 내리는 비가 도움이 되나
그 비로는 배를 띄울 수 없다고 한다.
그 말 이 맞다.

배를 띄우려면 온종일
아니 석 삼일 내리는 비로도 안된다.
단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미친 듯이 퍼붓듯 쏟아지는 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배를 띄울 수 있다.
아무리 근사한 배도 물에 떠야 배다
물에 떠나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도 있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는
물들어 왔을 때 노를 젓는다는 말
평범하게만 들리던 말이 진리다.

4월에는 배를 띄울 비가 오려나
비를 그렇게 내리게 해야 하나
비가 와야만 배를 띄우나

난 운하를 만들고 싶은데
헛지랄 같은 삽질을 그래서 하고 있는데

애터미라고 희망의 배가
마음대로 떠다니는 운하를 만들고 싶은데
스팀, 스팀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