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질 좀 했더니...

in hive-160196 •  2 years ago 

자랑질 좀 했더니.../cjsdns

모처럼 가족이 둘러앉아 아침을 먹다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방금 전에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 우리 큰며느리가 교수되었다고 자랑 좀 했지 했다.
그랬더니 늘 백 퍼센트 응원군인 아내가 오늘은 핀잔을 준다, 어쩔 수 없네요 당신도 늙었네요 한다.
자식 자랑하면 늙은 티 내는 거고 늙었다는 징표이며 모양 빠진다며 자랑거리가 있어도 어디 가서 자식 자랑하는 거 아니란다.

이 이야기는 어머니로부터 수없이 들어온 이야기인데 이젠 아내에까지 듣게 되다니 기분이 묘하다. 그렇다고 내가 자식 자랑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허긴 자랑할 게 없어서 못한 것도 있지만 한편 하려고 맘먹고 남들처럼 하면 못할 것도 없지 싶기는 하다.

아내는 늘 이야기한다.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의 행복이고 애들도 자기들 역할 충실히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으니 됐지 뭘 더 바라지도 말고 그냥 지켜보는 게 최고라고,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면 그게 최고지 뭘 더 바라느냐고 한다.
그 말이 틀린 말도 아니나 오늘 아침에는 그래도 잘했어 잘했어요, 그렇게 한두 번은 자랑 좀 하고 살아도 돼요, 이려면 그렇게 말하는 입이 덧나기라도 한다는 말인지 야속하기는 한데 그래도 날이 날인만큼 멱국을 한 숟가락 가득 뜨면서 조용히 다른 말을 건넸다.

여보, 고마워요. 이렇게 뜨거운 날 작은 아들을 낳아줘서 덕분에 이렇게 잘난 아들도 보고, 그리고 아들 고맙다. 아빠 아들로 태어 나눠서 더군다나 이렇게 가족 모두 모여 아침을 먹으니 좋구나 고맙다 했다.
늘 그 넣듯이 작은 아들놈은 조금은 쑥스럽다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예 하고 만다. 오히려 그 옆에 앉아있는 작은 며느리가 어머님 아버님 감사드려요, 하며 활짝 웃는다.

난, 그래 나도 고맙다. 우리 아들 맡아줘서 너 같은 미녀가 우리 작은 며느리이니 나도 좋구나, 늘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거라 하고는 말이 끊어졌다. 다음에 나올 말은 이제 생략하기로 한지가 오래되었다. 여기서 생략된 말을 굳이 꺼내 온다면, 어떻게 되니 애들 소식은 없고 어떻게 손주 하나 안겨 줘야지 하는 등등의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도 금기가 되다시피 한 말이다.
애를 원하지 않는 게 며느리가 아니라 아들놈의 생각이란 걸 알게 되니 더더욱 그렇다
며느리는 설득을 할 수고 설득을 했는데 아들놈에게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다.

세월이 어찌 된 것이 결혼도 안 하려 하고 설령 결혼을 해도 애들을 안 나려 한다.
뭔 놈의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하는 생각에 또 다른 말을 꺼내 놓는다. 옛날에는 열 살이면 장가를 보냈지, 우리 손주는 열아홉 살 되면 장가보낼까, 우리 친구 중에도 중학교 때 장가간 친구가 있는데 하니 큰며느리 작은 며느리 모두 정말요 한다.

그럼, 그 친구는 지금 증손도 봤지 살아보니 인생 별거 없어, 공부도 억지로 시키지 말고 열심히 놀게 놔둬, 앞으로의 세상은 잘 노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올 거야 돈도 잘 볼고 말이야, 우리 손주는 초등학교 가면 사업을 하게 해야지 초등학교 때는 시험적으로 하고 중학교 때는 글로벌한 비즈니스를 하면 좋을 거야 어차피 인생은 10대에 구상한 거대로 살게 되어 있어 나를 봐도 그런 거 같아 내가 지금 사는 모습이 10대에 그려 놓은 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때는 막연하게 그려본 세상인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거 같구나, 허니 10대에 맘대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내버려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침 아침 밥상은 정말 밥이 차려진 1년 만에 먹는 아침 밥상이다.
그동안은 특별식으로 매일 먹는데 오늘은 작은놈 생일이니 하얀 쌀밥에 멱국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찌뿌듯한 몸을 풀어내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니 살 거 같다.

밤새도록 25도 이하에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잠들을 자니 평소 28도나 29도에 놓고 그것도 잘 때는 에어컨을 끄고 자는 난 시베리라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내 작업실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고 오히려 창문을 열어 놓고 더운 공기를 받아들여놓고 잤다. 그리고 훌러덩 벗고 자는 습성에 혹시나 밤에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무심코 실수를 할 수 있어 싶어 옷을 입고 잤다. 그래서 그런지 몸이 더 찌뿌듯한데 더운물에 샤워를 하니 살만해졌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꿈 하나 만들어 봐 하면 서 대학 강단에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강연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게 뭔 소리야 가당키나 한 것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라며 내 안에서 어떤 놈이 떠드는데 한편에서는 그럼 네가 언제 인문학 강의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할 거라는 생각은 해보기나 했어 세상일 모르는 거고 사람 앞길 모르는 거야 밑져야 본전인데 꿈도 못 가져, 그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하면 하는 거지라며 그 꿈 좋아 그냥 밀고 가봐한다.

그런데 사실 그건 다음 이야기고 당장 내일모레 데뷔전은 어떻게 할 건데 하는 생각에 이르니 따듯해 좋구나 하던 느낌의 샤워 물이 갑자기 뜨거워져서 온몸이 델 거 같다는 생각에 피했다.

제기랄, 면구스럽거나 사면초가가 되면 얼굴이 화끈거리며 홍당무처럼 된다는 말을 들었어도 별안간 샤워 물이 뜨거워져 온몸을 달구는 일은 뭔 경우란 말이야 참 세상에 쉬운 건 없구나, 그나저나 어쩌니 잘할 수나 있을까, 망신밖에 더 당하겠어하는 배짱도 이쯤에서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춘다.
정말 어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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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cjsd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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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 데뷔전?
제가 모르는 큰 행사가 있었군요?

며느님이 교수님이 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도도임님은 늘 지혜로우세요. ㅎㅎ

대단한 성과야 축하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

Selamat untuk menantu yang jadi profesor
Mungkin saya akan mengundang ke kampus saya memberi kuliah sebagai visiting profe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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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하실 만 합니다 ^^
축하 드립니다 , 마음껏 기뻐 하세요

축하드립니다.
교수 며느리
아무리 자랑해도 넘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