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향을 맡으며 걷기로 먹은 마음 미루고

in hive-160196 •  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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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향을 맡으며 걷기로 먹은 마음 미루고/cjsdns

아무래도 날이 심상치 않아 저녁늦게 전화를 했다.
친구세요, 하며 반갑게 받는다.
여보세요 하면 ,야 !내가 어떻게 네 여보야 친구세요 하라니까 말을 안듣네 하는 핀잔을 수없이 들은 친구라 이젠 웃으며 친구세요?하며 공손히 전화를 받으며 웃는다.

야,아무래도 새벽은 그렇다.
비봉의 아침 포도향을 맞으며 걷기로 한거 너무 청승맞을거 같다. 비가 안오면 모르는데 비가 올 가능성이 많아 아침먹고 가자, 괜히 새벽에 설치고 가야 비가 오면 모양새가 아닌거 같다.

흔쾌히 좋아 하는 대답에 그래 내일 아침 운동은 하고 가자 그게좋지 하는 생각에 집사람에게도 내일 아침 먹고 출발 할거야 하니 그래요 그게 좋아요 한다.

몇년전 군대 동기가 다늦게 포도 농원이라는 고생보따리를 풀어놓으려 해서 걱정이 되어 야 그거 젊어서 해야지 이제 해서 어떻게하려고 하니 그랬다. 그래도 물려받은 농토가 있으니 이제 직장도 퇴임했고 할일도 없으니 포도 농사를 짓겠다더니 결국 묘목을 심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농사일을 아는 나는 걱정이 되어 그거 혼자 못하는 것인데 다늦게 제수씨 고생시키려 작정을 했구나 라며 응원이 아닌 핀잔을 주었다.

그랬는데 작년에는 조금 수확을 했고 올해부터는 포도가 많이 달린다며 일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이런줄 알았으면 안했다고 주렁주렁한 포도송이 같은 자랑비슷한 한풀이를 한다.

그러나 이미 포도 나무는 커 주렁주렁 달리는 포도를 그냥 놔둘수도 없고 제수씨 일손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엄두도 안나고 그렇다고 사람을 사서는 더더욱 타산도 안맞아서 할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

그러니 매달릴곳은 오직 제수씨 인지라 부부가 다늙어 포도송이에 티격태격하는 노망 비슷한 농익은 사랑을 꾸려넣기에 정신이 없는거 같다.

해서, 오늘 응원을 가기로 했는데 비가 온다.
어물쩍 해보이던 하늘이 30분쯤 전부터 비를 뿌린다.
우산을 들고 왔기에 다행이다 생각하며 우산을 펴들고 걷는다. 이제 조금만 더 걷다 들어가 아침을 먹고 늙은 농부 응원을 가야겠다.

그런데 늙은 농부 하니 이건 좀 아니지 싶기는 하다.
지금 시골에는 환갑이 청춘이 아니라 이젠 칠십이 청춘이 되었다. 그만큼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최고령화 되어가고있다. 이문제도 국가적 재앙이 되기전에 풀어야 할 문제로 생각이 된다.

동기들이 다 모이면 좋은데 정기 모임도 아니고 쉽지 않다. 내가 우리 응원가야하는거 아니니 하며 선동질을 했는데 성과가 그리 좋지않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세요 하며 전화를 받는 친구 부부 우리 부부 해서 넷이서 다녀 올 생각이다.

올해는 농익은 사랑을 가득 담아 꿀이 뚝 뚝 떨어지는 포도로 주변에 명절 인사를 해볼 생각인데 이 친구 사랑 놀이를 얼마나 잘 했는지 꽤나 궁금해진다.

2022/09/04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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