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감사합니다.

오지 중에 오지
산골 중에 산골
서울이 지척이라도
내 고향은 산간벽지였다.

그런 곳이니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사는 동네
유명산 중미산 통방산은 동네 뒷산이고 옆산이었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용문산 정상의 미군부대 불빛은 우리 동네까지 밝혀주었고
넘어지면 엎어지면 코를 박을 그런 위치였다.

해발 1157미터의 작지 않은 산
광주 산맥의 큰 줄기
10월 말이나 11월 초면
칠부 능선 팔부 능선에 보여주는 이국적인 설경

그 산, 용문산 너머에는 용문사라는 절이 있고
그곳에는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가 있다.

걸어서 수학여행을 갔던 기억도 새롭다.
국민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걸어서 그곳엘 갔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유명산 계곡을 타고 올라가다
어느 고개를 넘어 다시 바위 투성이 공짜 기를 걸어가던 기억
지금 그렇게 하면 수학여행이 아니라
교사들 학부형 민원에 시달리고 옷 벗어야 하리라

그런 용문산,
용문산 하면 양평을 떠 올리나 실은 양평의 뒷이며 우리 동네 앞산이다.
허긴, 우리 동네도 긴 세월 양평군에 속해 있었다.
역사를 보면 설악면이 양평군에서 1942년 가평군으로 편입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은 양평을 앞 양근 우리 동네를 뒷 양근이라 불렀다.
어쨌든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바라보는 게 용문산이었고 학교 교가에도 용문산 정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 용문의 정기를 받은 우리 동네에 세워진 학교가 용문 농업 기술 재건 중학교였다.

편의상 줄여서 용문 중학교라 하는데 지역이 산간벽지이고 정규 학교가 이 니니 선생님들이 무보수로 봉사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덕분에 중학 과정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때 헌 진적으로 영어를 가르쳐 주신 분이 남상옥 선생님이셨다.
수학도 가르쳐주신 것 같은데 50년이 훨씬 넘은 세월이니 기억도 흐릿하다.

중학 교육이 의무 교육이 되면서 무인가 학교라 폐교가 되었으나 동문들 주선으로 스승의 날이면 늘 뵙고 했는데 그것도 코로나로 뵙지를 못했는데 부음을 접하니 그냥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뵙고 싶어도 뵈올 수 없는 하늘나라에 가시는 스승님을 배웅하러 가야 한다.
만사 물리고 다녀와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스승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꼭 인사를 드려야 한다.
다행히 서울서 차를 가지고 가는 친구가 있으니 상봉까지 전철을 타고 가서 친구들이랑 같이 갔다 와야겠다.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시려면 스팀으로 성투하세요.

감사합니다.

2022/04/23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