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준비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준비/cjsdns

허리가 뻐근하다.
다리도 근육이 땡긴다.
어제 오후에 좀 무리를 한 거 같다.

참 멋진 놈이다.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나 긴 세월 잘 자라주고 우리나라 우리 동네까지 와서 나와 조우하게 된 통 송판이다.
길이 370센티 폭이 90을 살짝 넘고 두께는 7센티이다.
벽에 바짝 붙이기 위해서 한쪽면은 살짝 날렸다.
그래서 폭이 80 정도 된다.

오랜 마련 끝에 맞이하는 새 식구이니 정성을 다해야 했다.
이놈을 만나기 위해서 발품도 많이 팔았고 인터넷도 많이 뒤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놈을 만나게 된 것은 희미한 기억 속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아내와 동네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지만 한때는 나의 놀이터였던 하천리 논 아니지 지금은 밭이지, 그곳에 왔다 갔다 하다 본 것 같은 희미한 기억이 있어 제재소를 찾아가니 있었고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하여 며칠을 기다려 어제 물건을 배송 배달받았고 연장을 챙겨 오후에 부지런히 작업을 했다.
이 놈이 놓일 자리에 맞춰서 재단을 해 한쪽을 잘라 냈고 톱날 자국으로 거 친면을 그라인더 샤포로 갈아내어 깔끔하게 만들었다.

처음 생각에는 칠을 할까도 생각을 했는데 소나무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아무 칠고 안 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 중에 하나는 쓰다 보면 누군가가 불 인두로 시를 올려 줄 수도 있고 시화를 올려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리 결정했다.

그렇다 보니 작업도 생각보다 빨랐다.
시간을 두며 이삼일은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둡기 전에 일단 작업을 마치고 2층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중량물이니 평지에서는 둘이 들으면 간신히 들기는 하는데 2층으로 가지고 올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침 아래층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길래 부탁을 했더니 도움을 주어 올려 올 수 있었다.
기사분이 아니었으면 올려오는 작업이 어림도 없었다.

아랫집 운전기사와 아내는 위에서 나와 이 작가는 아래서 이렇게 네 사람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들고 밀고하여 간신히 2층까지는 올려놓았다.

주문한 철재 서류함과 금고만 오면 내 작업실에 설치가 되는데 방금 온 전화는 철재 서류함 배달이 오늘 오후에 된단다. 금고도 오늘 보내주면 안 되나 물으니 그건 따로 배달이 된다고 한다.

여하튼 기대가 된다.
새롭게 꾸미는 내 작업실이 나의 모든 걸 말해주는 것인지 모른다.
어린 시절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어항을, 어머니가 내 맘을 아셨는지 사주셨을 때 그걸 가지고 냇가에 가서 고기 잡을 생각에 밤잠 설쳐가며 설렘 하던 그런 기분이 지금의 내 기분이다.

이 나이를 먹고도 그런 설렘을 느낄 수 있다니 나는 아직도 소년인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나를 소년 천운이라고 불러주던 사람이 그립다.
어쩌면 영원히 소년 천운으로 살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그리 되면 인생 잘 산 것이지 하는 생각도 스스로 해보게 된다.

여하튼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다는데 내 방식대로 최선의 예의를 갖추려 한다.
나보다도 더 많은 세월을 한자리에서 풍미하는 세상을 지켜오고, 본 인격체인 것이다.
내가 연이 되어 그런 위대함을 조우하게 되었으니 최대한의 예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나 맺는 인연은 그 어떤 인연이든 소중하니 오늘이 기쁨이고 내일도 기쁨 이리다.

감사합니다.

2021/12/07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