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나

비가 오려나/cjsdns

비가 오려나 아침 기온이 생각보다 푸근하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몰려간다.
이거 이러면 비가 올 가능성이 높은데 가을걷이 한창인 요즘이니 비는 안 오는 게 좋은데 염려가 된다.

내일쯤이나 오려나 한비가 예보를 보니 오늘내일 이틀이나 온다는 예보다. 이슬 내리면 일이 안된다고 아침 먹고 고구마 캐러 간다고 새벽 밭에 나가지를 않고 있는데 비가 와도 저녁에나 왔으면 좋겠다.

어제 오후에도 고구마 한 두둑을 캐오며면서 신나 하던데 좋아하던 이유가 고구마 수확을 해와서 뿌듯함도 있지만 파트너 중에 일곱 살 손자를 데리고 와서 고구마 캐기 체험을 했는데 어찌나 열심히 잘하는지 보기에 너무 좋았다며 손자에게 고구마 캐러 간다고 했다가 길이 워낙 밀려 못 간다 하니 어른들이 왜 약속을 안 지키냐 어른이 그로면 되냐고 하는 바람에 그래 밀려도 가자, 가자며 왔다는데 아이가 하는 걸 보니 이해가 되더라며 고구마 농사짓기를 잘했다고 한다.

아이 들니 대게 캐는 거만 좋지 그다음은 관심이 없는데 캔 고구마 모아 흙을 털어 박스에 담는 것까지 끝까지 붙어서 하는데 할머니 닮아 아주 똑 부러지게 하더라며 캔 고구마 넉넉히 나눔 해서 가져가니 아주 좋아하기에 할머니가 내년에도 고구마 심어 놓을 테니 또와라 했단다.

농사일이 재미있다며 새벽이면 밭으로 가던 아내 이젠 밭에 갔다가 돌아올 때면 수확해오는 게 많다.
저녁에 운동장을 돌며 하는 이야기도 농사짓기를 잘했다며 나눠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며 자기가 잘하고 있는 거 같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에 그럼 잘하고 있는 거지 암 잘하고 있는 거고 말고 당신이 짓는 농사는 당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예술 작품이야 행위 예술의 최고 걸작품이야 라며 응원이 아닌 작품 평을 했더니 그렇지 나 잘 하고 있는 거지 한다.

난 그런 아내가 좋다.
늘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려는 아내가 자랑스럽다.
물론 그것이 천성이기도 하겠지만 시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는 일이기도 해서 나는 더 좋다.
그게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애야 난 농사지어서 나눠먹는 게 소원인데 너무 어렵게 살다 보니 그걸 못했다.
난 내게 애써 지은 농사로 가족은 물론 이웃 사람들과 나눠먹는 게 좋은데 그걸 못했다며 며느리에게 강요가 아닌 나눔의 미학을 강의하셨다.

수강생은 한 사람이 이렀는데 그 한 사람이 당신이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스스로 느껴가는 걸 보시면서 무척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보는 나도 즐겁다. 아니 행복하다.

오늘 비가 참았다가 밤에 오던지 아니면 한 열흘쯤 비 소식이 없으면 좋겠다. 소원까지는 아니라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날씨가 도와줄지 모르겠다.
내가 건강한 이유 절대적으로 아내의 음식 솜씨와 농사 덕분이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을 열어간다.

오늘도 참 좋은 날이다.
비가 안 오면 더욱 좋은 날이 될 것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다.

2022/10/09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