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내렸다.

서리가 내렸다./cjsdns

집을 나서 걷다가 너무 추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집에 들어가 잠바 하나를 더 걸치고 나왔다.
아침 날씨가 춥다.

대성리 방향 차가 첫차는 5분 후고 다음 차가 40분 뒤라 해서 그냥 동네 조종천 주변 자전거 길이나 주변 논두렁을 걷지 하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논두렁에도 쑥이 예쁘게 올라오던데 서리가 그위로 내렸다.
꽃샘추위 제대로 한다.
내일은 더욱 춥다고 하니 이러면서 봄이 커가는가 보다.

춥다 해도 이미 핀 꽃은 화려하다.
해만 올라오면 기온은 바로 올라가니 잘 참아 내는 거 같다.
걸으러 나온 사람들도 보니 패딩을 입고 나온 사람들이 더러 눈에 띈다.
패딩까지는 아니라도 모두 두툼한 옷들을 입었다.
춥긴 춥다는 이야기다.

봄비가 며칠 내려주고 포근했던 덕분인지 호명산 정상까지 푸른 옷을 입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꽃이 순서 없이 핀다더니 이제는 봄 꽃과 잎이 같이 피어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벚꽃은 이제 다 졌다.
나무에 아직 붙어있는 꽃잎들이 더러 있으니 화려한 자태는 이미 사라졌고 꽃보다는 꽃대가 더 예뻐 보인다.

우리 동네도 어제부터 벚꽃 축제를 한다는데 벚꽃은 이미 다 졌으니 생일 지난 뒤 생일잔치 하겠다고 난리 치는 거랑 비슷해 보여 드는 생각이 생일은 당겨서는 해 먹어도 늦춰서는 안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 할거 같다.

꽃 축제도 그런 거 같다.
꽃피기 전에 하는 게 꽃 진 뒤에 하는 것보다는 났겠다는 생각이 든다. 꽃 피기 전에는 예쁜 꽃 몽우리라도 있는데 꽃이 지고 나니 이미 보고 난 뒤라 흥도 줄어든다.

오늘이 주말이다.
점점 할 일이 많아지는 주말이다.
오늘도 나들이를 해야 하는데 오라는데 다 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도 어쩌면 분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소리가 참 좋다.
이렇게 유유자적하듯 걸으니 참 좋다.
빨리 걷기가 좋다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이런저런 생각하며 마냥 걷는 것이 좋다.
욕심내서 뛰어보니 계단 밟기 해보니 무릎만 아프다.

무리하지 마세요.
나이가 들면 누구나 오는 퇴행성 관절이나 무리하여 더 진행되면 주사 맞으셔야 합니다. 하는 의사의 이야기가 뇌에 박힌 듯 떠나지를 않는다.

그래 그런지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하는 것은 아니라도 이렇게 서둘지 않는 느릿느릿 걸음으로 산책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가는 아침이다.

이 글을 읽는 분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기원하며...

2023/04/08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