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어도...

봄이 왔어도.../cjsdns

어제 회의 끝나고 식자리에서 한잔 한 덕인지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
토요일 아침 이면 전화를 해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일어났다.

전화벨이 울려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하지 생각하며 받아보니 오늘은 월차를 냈다며 그래서 출근을 안 해 전화를 했다며 느낌이 이상한지 아직 자는 거 같아하길래 그래 여태껏 잤어 늦잠을 잤네 하니 너도 늦잠을 잘 때가 있냐며 호탕하게 신이 난 듯 웃는다.

더군다나 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이리 늦잠자도 되냐며 웃는데 마치 매일 지적만 받던 학생이 모범생이 지적받을 때 좋아하는 거랑 똑같이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어제 한잔 하다 보니 그러네 이렇게 이야기를 하려다 그 이야기까지 하면 더 좋아할 거 같아 그만두었다.

군대 동기들 중에 타칭 자칭 문제만 일으키는 친구다.
워낙에 술을 좋아해서 술로부터 생기는 문제다.
그렇다고 대형사고를 치는 건 아니다.
그 껏 해야 술 먹으면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것이지 대단한 실수로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니 그냥 이쁘게 봐주는 친구인데 자신이 늘 모범생이라며 치켜세우는 사람이 늦잠을 잔다고 하니 그게 그렇게 좋아 보였나 보다.

그래, 나로 인해 네가 웃으니 좋다며 시간을 보니 6시 40분이다. 아직 일곱 시도 안되었네 생각하면 뭐야 이 시간에 이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여섯 시가 넘었는데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언제부터인가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하는 친구다.
토요일 여섯 시가 좀 넘으면 쉬는 날이니 자기가 좋아하는 술 한잔 먹고 전화를 해서 인생살이 고달픔을 이야기하는데 들어줄 만하다. 나라도 들어주면 좋겠다 생각해서 들어주는데 내가 생각해도 잘하는 거 같다.

이 친구의 탈출구가 어쩌면 나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끔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래 나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면 고마워하고는 나 이제 들어가 잘게 그러던지 아니면 사우나 갈 거야 그런다.
아무래도 24시 사우나 가서 늘어지게 한숨 잘 생각인듯하다.

그나저나 비 온 뒤 라 더욱 상쾌한 아침이다.
꽃은 많이 졌어도 아직 볼만하고 또한 꽃진자리에 초록이 들어서니 좋다 좋아...

어제 지인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게 최대 관심사는 스팀짱을 어떻게 끌고 가는가에 문제다.

운영진이나 나의 잘못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자연스레 접을 수 있는 기회에서 스톱인지 고인 지를 선택하여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민도 없이 고를 했다.
그리 했으니 이제는 언제까지나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해 준다.

그렇다.
시작보다 어려운 게 끝내는 거고
끝내는 거보다 더 어려운 게 지속 가능한 것이다.
지인의 말처럼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한 것이다.

나나 스팀짱 운영진의 선택이 모두에게 축복이 되는 선택이었으면 한다.

대문 이미지에 사진처럼 봄이 왔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고사목이라 할지라도 꽃을 피워내겠다고 하는 도전 정신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하물며 새로운 묘목을 심고 가꾸어 가는 것은 잘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더군다나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것이니 즐겁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2023/04/07
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