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군대란...

나에게 군대란...

오늘은 2020-07-16일이다.
세간에 관심을 모았던 이재명 지사의 대법원 판결은 7:5로 무죄 취지의 의견으로 원심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배불리 먹은 점심으로 인해 졸음을 참지 못하고 한숨 푹 자고 방금 일어났는데 그사이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절체절명으로 목숨 줄이 끊어 질지도 모르는 지옥에서 환생이라도 한 듯 그가 가까스로 돌아왔다.

이제 도정에 부담 없이 전념해주기를 바란다.

오늘은 내가 군에 입대를 한 날이다. 이제는 몇 년이나 지났는지는 모르겠고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1976년 7월 16일이 나의 군 입대 일이다.

내게도 청춘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도 청춘이란 생각으로 가끔, 청춘 예찬을 떠올린다. 이러는 것 자체가 노욕 일지 모르는 일이나 여하튼 그렇다.

청춘 예찬(靑春禮讚)/ 민태원(閔泰瑗)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理想)의 꽃이 피고, 희망(希望)의 놀고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 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釋迦)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苦行)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曠野)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하였는가?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美人)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萬天下)의 대중(大衆)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현저하여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 별과 같이, 산야(山野)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이것은 청춘의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生)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뼈 끝에 스며들어 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老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黃金時代)다. 우리는 이 황금 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 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지금 다시 봐도 이 글을 처음 만났던 중학교 시절에 감흥 그대로이며, 늘 가슴 뛰게 하던 청춘이라는 내 안에 에너지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도 이러하니 군 시절이야 말로 나의 청춘을 꿈꾸며 가꾸던 시절이었으며 오늘을 지탱해주는 에너지인 것이 분명하다.

내가 청춘예찬 못지않게 군대 예찬을 하는 것은 우여곡절이 많은 군대였지만 그만큼 내게는 중요한 것을 얻었기에 그러하리라.

일전 슬쩍 이야기를 해본 적도 있지만 나는 군 복무를 통하여 얻은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만성적인 열등감을 털어내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자체가 열등감 매너리즘에서 못 벗어났다는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거운 뭔가의 짓눌리는고 있는 것 같은 열등감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비록 미천한 것일망정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들어섰으며 그것이 내 삶의 많은 변화를 주었다.

내가 이토록 잔혹한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조직 중에 구성 자체나 운영이 군대처럼 특이한 조직도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군대라 곳에 조직원이 되는데 자의라는 것은 배제가 되고 타의에 의해서 내가 그 속으로 던져지고 그곳에서 구성원 모두가 자의보단 타의에 의하여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홀딱 벗겨져서 같은 입장이 되어 같은 조건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구성원과 함께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타의에 의한 공동생활을 통해서 내게 가장 컸던 학력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생활하면서 혹은 군 업무 중에서 생기는 문제의 해결 능력이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대학을 다녔다고 해서 월등하지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많은 지식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지혜가 문제를 해결하며 그것에 지식이 더 해졌을 때 모두가 바라는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혜롭지 못하면 결코 많은 지식도 아무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인생의 과부하만 걸리게 하는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지혜롭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못 배웠다는 열등감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 군대였고 군대야말로 썩는 곳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원초적 청춘 에너지를 인생을 제대로 혹은,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훌륭한 제어시스템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마치 원자력 발전소의 제어시스템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내게는 아직도 넘치는 에너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