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만 누군가에게 연락할 힘은 없을 때 듣는 노래, 선우정아 「도망가자」

in hive-160196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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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낸 업적을 모두 지워내고 세상 밖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한달에 140만 원을 받으며 새벽 2시까지 일했던 마케팅 이력 덕분에 이제는 그의 두 배를 받고도 저녁 6시에 퇴근할 수 있지만, 욕을 먹고 글을 쓴 덕분에 작가님이라는 말을 들어도 더는 오글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만, 가족이 싫어 세상에서의 단절을 꿈꾸던 내가 이제는 가족과 어떻게 지내면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튼튼한 사람이 되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울적해 질때면 그간 쌓은 우정과 딛어낸 아픔을 무시한 채 영영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은 끊었지만, 그런 충동이 극심히 들었던 날에는 누군가에게 터놓지도 못하고 작은 방에서 홀로 술만 마셨다.

위험한 순간에 술을 마시면 충동 어린 마음이 더 거세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줄을 잘못 그으면 종이를 모두 찢어버리던 내 성격은 어른이 되어서도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친구에게서 멀리 달아나고 싶다면서도 정신을 조금이나마 차리면 이 새벽에 술을 마시고 통화를 건다고 반가워하는 친구가 없다는 사실은 뻔하므로 나는 친구를 찾고 싶은 마음과 친구에게서 숨고 싶은 마음 사이에 갈팡질팡한 채 술만 연거푸 들이켜야했다. 그때 아무런 언질 없이, 선우정아의 ‘도망가자’가 떠올랐다. 혼자 술을 마시며 발라드를 듣는다는 게 여간 오글거리는 일이 아니었지만 어차피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겠다, 나는 그대로 도망가자를 틀었다.

도망가자. 괜찮아. 우리 가자. 가볍게 짐을 챙기자. 아무 생각 말자.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하면 내 아픔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위로의 언어를 마구잡이로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선우정아의 목소리에 멜로디가 얹혀 흘러나오는 가사는 정반대의 마음을 주었다. 괜찮다는 말 이후에 이어지는 가사, 내가 옆에 있을 테니 마음껏 울어도 돼.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듣고 싶은 말을 잔뜩 해주는 노래 덕분에 이렇게 제주에 내려와 사람들 앞에 서도 벌벌 떨지 않게 되었다. 듣고 싶은 말은 타인을 구하지 않고 내게 직접 해주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선우정아와 함께 잠시 도망쳤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온다.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지 않은 상황이 올 때, 모두가 선우정아의 손을 잡고 잠시 이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충동 어린 찰나의 순간 친구나 가족의 존재는 잊기 쉬운 것으로 변질되지만 충동이 지나고 나면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서서히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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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괜찮아. 우리 가자. 가볍게 짐을 챙기자. 아무 생각 말자.

이 문장에서 도망이 아닌 귀환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처음 요아님 작품 화장을 읽으면서
좋은 만남을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불쑥 찾아와 하는 인사도 반갑기를^^

스팀에 올렸던 첫 소설을 기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도망이 아닌 귀환의 냄새를 맡으셨다는 말씀이 인상 깊어요. 반갑습니다 @jjy님! ☺️

안녕하세요, 요아님 어느순간부터 요아님의 글을 스팀잇과 브런치에서 조용히 읽고 있는 Stella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고물이란 필명을 썼는제 혼자 요아님께 서운한 감정이 들어 글을 읽고 있다는 티를 내지 않기로 했지요ㅎㅎㅎ 그럼에도 글이 좋아 계속 몰래 읽고 있었답니다.

지금 제주에 계신 걸로 알고 있지만 기회가 되시다면 8월 31일 전에 20세기여름이 열리고 있는 동대입구역 근처 20세기소년에 들려주세요. 커피든 칵테일이든 한 잔 대접해드리고 싶네요. 찌질한 마음으로 사지못했던 제주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 책도 사서 읽어둘테니 사인도 해주시고요.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요 앞으론 좋은 글 잘 읽었다고 종종 인사드릴게요. 좋은 하루 되시길 :D!!

안녕하세요, Stella님! 어떤 일로 서운한 감정이 드셨나요 ㅠㅜ 서울 가면 꼭 들르겠습니다. 책도 읽어주신다니 감사해요. 좋은 글이라고 말씀 주신 것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지인과 한 잔 하고 딱 접속하니 딱 요아님 글을 보내요.

시간 나시면 제가 사는 곳으로 도망 한 번 오세요,
다른 거는 몰라도 커피는 맛나게 해서 드릴게요.
제 집사람이 커피 잘 맹글어 줍니다. ^^

요아님 화이팅 입니다. ~~~

커피 엄청 좋아하죠! :> 너무 좋은 걸요. 그러고 보니 사과님은 어느 지역에 계신가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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