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STEEM ZZANG] 문학상 당선 후기, 그리고 한 뼘의 너울.

in hive-160196 •  3 years ago 


잠시 소홀했다.

일상에 치여 현실에 치여
잠시, 나의 꿈에 소홀했다.

아니, 꿈이라고 하기엔 거창한
작은 나의 취미에
잠시 소홀했던 것 같다.



최근 일상과 현실에 치이다 보니, 그곳에 안주하게 되었다. 솔직히 편했다. 반복되는 일상만 잘 따라가면 순탄했다.

그러나 무료했다. 심심했다. 주변의 대부분이 부질없어 보이고 나 자신도 게을러 보였다. 그래도 이 굴레를 벗어나긴 어려웠다. 순탄하고 편했으니까.

일상과 현실이라는 굴레 안에서 나는, 감성적인 마음보다는 이성적인 머리로 점점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일 잘하는 '기계'로 평가받으며 자리를 잘 잡아갔다. 그러나 몽글몽글했던 나의 심장은 차가워지고 단단해져만 갔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zzan문학상 공고.

짧다면 짧은 이 하나의 포스팅에 소홀했던 나의 꿈이 생각났다. 게을러져 있던 나의 손과 발이,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갑고 단단했던 나의 심장은 '녹는 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말랑해져 갔다.

문학상 공고를 본 후, 몇날 며칠은 글감을 찾아서 현실보단 이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상에 머무르는 시간은 항상 설렜다. '현실도피'라는 진부한 단어로 정확히 표현되는 설렘이다. 이상에 있는 동안만큼은 현실의 무료함이나 진부함이 없었다. 나는 세상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 몇 시간씩 혹은 하루 종일, 내가 주체가 된 세상에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시(詩)를 끄적여 갔다.

그리고 그 결과, 시(詩) 부문 '장원'이라는 과분한 열매를 주셨다.

이 열매는 분명 나의 심장을 더 이상 차갑고 단단해지지 않게 해주는 신비의 묘약임이 분명하다.

신비의 묘약을 먹은 나는 소홀했던 나의 꿈을, 나의 취미를 자주는 아니더라도 기꺼이 이어갈 것이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상과 현실을 멀리할 순 없다. 그러다 보면 뜸해질 순 있겠다. 그러나 소홀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심장도 더 이상 식지 않을 것만 같다.



잔잔히 죽어가던 나의 마음에
한 뼘의 너울을 일으켜준 이곳,

스팀짱의 2주년을 축하드리며
동시에 감사드립니다.


From. @lim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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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드립니다.
즐거운 삶을 다시 찾으셨군요. ^^

역시 스팀짱은 짱입니다.

스팀짱은 역시 짱이었네요 ^^
감사합니다~

리미토님 시를 자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모자란 저의 시를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종종 올려볼게요~

축하드립니다. 리미토님

오래전 들렀던 시인가게 주인장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좋은 작품으로 뵙겠습니다.
스팀짱에 보석 같은 시를 심어주세요.

당선작으로 선정해주시고, 응원까지. 감사합니다~^^
종종 글도 올리면서 스팀짱에 스며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