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이달의 작가 ,수필] 거울유희

in hive-160196 •  3 years ago 

거울 유희

그해 전근해 간 시골의 그 근무지는 몇 년 전에 새 부지로 이전한 학교로 산림으로 둘러 싸여 아늑했다. 매년 새로운 시설이 만들어지곤 했는데 그 해에 새로 만들어진 야외교실은 춤추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산자락을 깎아 세운 옹벽 옆에 만들어진 야외교실은 멋진 지붕과 네 기둥이 전부인 우레탄 바닥의 놀이터로 전면에 칠판보다 큰 대형 거울이 설치되어 있었다.

거울이 설치되고 한 달 즈음, 산책을 하던 나는 거울 앞에서 죽은 곤줄박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거울에 비친 숲으로 돌진하다 충돌한 것일 터였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로 검은 독수리 한 마리를 유리 한 켠에 붙였다. 그날 이후 거울 앞에 떨어져 죽은 새는 더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해에 운동장이 정비되고 학교 울타리 안에 관사가 생기면서 나는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조깅을 했다. 아침마다 인근의 작은 산을 오르며 즐기던 신선한 아침을 거미줄도 없는 문 앞에서 즐기게 되어 여간 만족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침마다 사람이 없는 운동장과 교사 주변을 홀로 뛰거나 걸으며 즐기는 아침은 내 시골 생활의 작은 행복이 되었다.
올해 어느 아침이었다.

운동을 하던 나는 그 야외교실의 대형 거울 앞에서 거울에 비친 환영에 갇혀 떠나지 못하고 있는 종달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작은 종달새는 거울에 비친 가을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는지 계속해서 거울을 향해 날아가려 애쓰고 있었다. 가을 숲과 하늘이 바로 뒤쪽에 펼쳐져 있었지만 종달새는 뒤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울에 비친 풍경에 갇힌 종달새를 안타깝게 여긴 나는 다가가서 종달새를 놀래켜 숲으로 쫒아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침 운동 중에 나는 야외교실의 유리거울 주변에서 이상한 기운을 발견했다. 십여마리의 종달새가 거울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 새들은 주변의 나뭇가지나 유리거울 틀에 앉아 짹짹 거리고 있었고 그 중 한 마리는 거울앞에 앉아 있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도는 동안에 그 새들은 거울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내가 관찰한 새들의 모습은 마치 돌아가며 거울속의 풍경속으로 들어가는 놀이를 하는 듯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종달새들이 내가 붙여 놓은 독수리 모양의 검은색 시트지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새들은 독수리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거울을 향해 날아 들어가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 투명한 벽을 공간으로 오해해서 날아가 부딪치는 일은 없었다. 거울 앞에 앉아서 부리를 거울에 대고 거울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 속으로 날아 들어가려 했다. 아무리 관찰해도 새들은 투명한 거울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아침 운동을 할 때마다 나는 그 거울 앞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날은 곤줄박이 한 마리가, 또 어떤 날은 종달새 한 마리가 거울앞에서 거울속으로 들어가려 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거울앞에 새들이 스스로 거울 속 세계에 대한 유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었다.

날이 추워지던 늦은 가을 유래 없이 이른 서리가 내리고 이른 아침 거울 앞에 놀던 새들의 모습도 뜸해졌다. 언제 부터인가 한 마리의 종달새만이 자주 거울 놀이에 빠져있었다. 볼에 까만 점이 있는 그 종달새는 왠지 내가 처음 발견하고 쫒아냈던 그 새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운동장을 여러 회 도는 동안 그 종달새는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거울 속에 비친 세계속을 동경하며 그 세계 속으로 밀고 들어가려 시도하곤 했다. 내가 가빠지는 호흡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뒤지지 않았다. 나는 그 종달새에게서 옛적 면벽 수행하던 구도자의 인내를 떠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며칠 전이었다. 안개가 자욱한 그날 달리기를 하던 나는 그 종달새가 거울 앞에서 푸드덕 거리는 것을 보고 잠시 서서 그 새를 지켜보기로 했다.

작은 종달새 한 마리가 딱딱한 거울에 비친 안개 낀 숲으로 들어가려 날개짓하고 있었다. 날다 지치면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을 주시하다 다시 날고....
종달새는 유희를 즐기는 것일까? 거울의 거짓을 알면서도 마음을 닦는 것일까?
그런 상상을 하는 순간,
흡!
포륵!
새는 거울 속으로 사라졌다.

literary-prize indonesia zzan#steemi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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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님은 정말 다재다능하시네요. 비오고 나니 날씨가 더 추워질까 싶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ㅎㅎㅎ 처음으로 수필이란걸 써 봤어요

거울 세계로 들어간 건가요? 궁금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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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years ago 

你好鸭,ra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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