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정세평가는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아전인수식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안타까운 생각을 하게 될 경우가 많다. 공부도 많이한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기존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국내정치는 바야흐로 한동훈 중심으로 완전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윤석열은 여당에서 권력을 완전하게 상실했다. 유감스럽게도 미래권력이 너무 빨리 들어서서 앞으로 윤석열은 3년넘게 식물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애써 한동훈이 여전히 윤석열의 아바타에 불과하고 현재 진행중인 김건희 문제로 인한 양자간의 갈등을 약속대련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정치세계의 상황을 도외시한 결과라고 하겠다. 한동훈이 하고 싶어서 김건희 뇌물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도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김건희 문제를 건드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약속대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검으로 권력투쟁을 하고 있으며, 이미 벌써 윤석열은 한동훈의 칼에 폐부를 찔려 버린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동훈의 칼은 윤석열을 더 찌르게 될 것이다. 윤석열이 대중의 지지와 지원을 상실하면 할수록 한동훈의 칼은 더 깊게 찌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동훈의 칼 뒤에는 이번에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이 칼을 빼고 싶어도 그 뒤에 있는 후보들이 계속 한동훈의 손들 앞으로 밀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이 인간적으로 윤석열과의 관계가 깊은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이번 한동훈 윤석열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은 이재명과 이준석이라고 하겠다. 특히 이준석은 지지세력을 여권으로부터 가져와야 하는데 한동훈이 나타나면서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동훈이 윤석열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준석은 지지세력을 확대하기 어렵다. 한동훈은 그런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윤석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이번 총선이 현정권 심판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현정권을 심판하는가 하는 문제다. 야당인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고 있다.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도 심판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판을 해야하는 당사자가 심판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희한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헌정사에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동훈의 여당이 정권을 심판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와함께 야당도 심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은 한동훈이 자신의 자리를 뺏아가는 것에 놀라서 한동훈 윤석열 약속대련론을 말하고 있지만 아마도 이번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경각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준석은 이낙연의 입장에서도 별로 가치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야당에서는 이낙연보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조응천, 이원욱, 김종민 3인의 원칙과 상식이 더 파급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 시간이 지나면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명에게 밀려나온 사람들이 이낙연보다 원칙과 상식에 합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전망을 해본다. 어쨓든 이들은 더불언민주당 지지세력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고, 현재 이재명체제하의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을 지키는 것으로 자신의 사명을 다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윤석열과 한동훈의 관계가 정리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총선이전까지 그럴 가능성이 없다. 친윤쪽에서는 한동훈과 윤석열이 서로 싸우는 것이 공멸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는 한동훈측이 윤석열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윤석열에게 탈당을 요구할 가능성도 없다 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석열은 자신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대중의 지지를 상실하고 있는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김건희 명품빽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1년반동안 일방적인 대외정책, 기득권 위주의 정책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형세는 거의 굳어지는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이런 형세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훨씬 약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총선이후 일방적인 대외정책을 계속하고 이민법 같은 소리를 하면 대선에서 망하게 될 것이다. 정책에는 책임과 평가가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