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0 시청앞 윤석열과 이재명 퇴진시위 관람기

in hive-168850 •  14 days ago 

우연치 않게 윤석열 퇴진 시위가 열리는 날 같은 장소에서 오랫만에 친구들과 저녁모임이 있었다. 시위로 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지하철로 내려보니 마이크 소리가 울리고 있었고 도로에는 매캐한 담배연기가 뒤덮여 있었다. 시위 상황이 어떤가 궁금해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시위도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를 들어보고 사람들이 거기에 호응하는 것을 보면 갑자기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는 그런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윤석열 퇴진시위가 열리는줄 알았는데 이재명 퇴진시위도 같이 열리고 있어서 놀랐다. 시위대를 돌아보는데 절반, 그러니까 시청에서 세종로 쪽은 기독교측이 시청에서 남대문까지는 민노총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세종로에서 남대문까지 절반은 태극기부대가 절반은 민노총이 나뉘어져 있었다. 경찰은 태극기부대와 민노총 사이에 주로 배치되어 있었고 배치된 방향은 민노총 쪽이었다.

기독교측은 전광훈 목사 운운하고 있었고 한동훈을 한똥훈 그리고 한동훈은 살모사라고 쓴 팻말을 들고 다시는 사람도 있었다.

양측이 점령한 구역은 거의 비슷한 길이였던 것 같았다. 기독교측은 목사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시위를 이끌고 있었다. 목사라서 그런지 말을 참 잘하는 것 같았다. 매우 질서정연했고 자체적으로 화장실도 설치해 놓고 있었다. 마침 헌금도 걷고 있었는데 이렇게 돈을 모아서 시위를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헌금 주머니를 들고 다니고 있었고 그중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기도 했다. 비교적 밝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었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이라는 팻말과 플랭카드가 곳곳에 보였다. 시위대는 도로의 한쪽을 비워서 차들이 다닐 수 있도록 했고, 시위대 자체적으로 차들이 다닐 수 있게 통제를 하고 있었다.

민노총은 모두 검은 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고 진보당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앞에서 시위를 이끄는 사람들은 노조간부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했지만 기독교의 목사들보다 그리 말을 잘하거나 임팩트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민노총 지역은 도로를 모두 다 점령해서 차들이 운행을 할 수 없었다. 전국 각지역에서 동원된 것 같은데 민노총 사람들을 제외한 자발적인 시위참가자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민노총이 윤석열 퇴진시위를 한다고 하니 기독교측을 중심으로 태극기 부대가 동원된 것 같은데 냉정하게 보면 동원능력에서 민노총이 기독교측에 뒤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민노총 동원 인원이 많은 것 같았지만 기세상으로는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비록 기독교측이 민노총의 퇴진시위 날짜에 맞추어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동원된 숫자와 시위의 양상으로 볼 때 민노총의 시위가 성공적인 것 같지 않았다.

민노총 지역을 다니는데 길가에 무심코 앉아 있는 노조원들과 아스팔트에 앉아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착찹했다. 민노총 시위를 이끄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 보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한다. 윤석열 퇴진, 윤석열 의료개혁이 의료민영화의 일환이라는 것, KBS 사장 임명의 부당성 등등이다. 민노총은 시위를 하려고 모였지만 어떻게 시위를 이끌어갈 것인지 제대로 구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시위자체가 전략이고 시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대로된 계획이나 기획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어제 퇴진시위가 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노총의 대리 시위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아마도 민노총의 양경수는 이재명을 지원하기위해 윤석열 퇴진시위를 기획했다고 생각한다. 시위대 중에서 보이는 진보당원들도 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동원이 되었을 것이다. 이재명의 주변 사람들이 경기동부의 주사파 계열과 연관이 깊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를 보면서 가슴이 편치 않았던 것은 동원된 노조원의 얼굴을 보면서였다.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는 별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시위대 옆의 도로 한 켠에 무심코 앉아 있던 50대 60대 70대의 남녀들의 얼굴을 보면서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시위에 참가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마도 이런 시위에 참가하면 자신들의 무거운 삶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최근들어 민노총이 노동자들을 위해 이정도의 시위를 한 것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나는 이재명과 윤석열을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둘다 법률가이지만 법과 도덕의 차이를 구분할지 모르며, 전형적인 내로남불형 인간이며,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상하게도 그둘의 부인들도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 민노총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태극기 부대는 이재명 감방을 외치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윤석열과 이재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둘중 하나를 물러나게 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진정 이재명을 없애고 싶으면 윤석열을 없애야 하고, 윤석열을 없애고 싶으면 이재명을 없애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닌가? 그러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갈라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까?

나보고 국내정치에 대한 글을 쓰지 말라고 요구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국제정치와 국내정치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리 국제정치에 중점을 두고 싶지만 워낙 엉망인 국내정치의 상황을 도외시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민노총이 시위를 하기 위해 모였다면 좀 더 피부에 와 닿고 의미있는 시위를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마치고 나오니 시위대는 해산을 하고 있었다. 서둘러 자리를 뜨는 그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은 참 고달프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어차피 태극기 부대 쪽 사람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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