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윤석열 구속영장 연장이 기각되는 것을 보고 매우 불안하게 생각했다. 혹시라도 윤석열이 석방되고 또 탄핵심판이 인용되지 않으면 한국정치에서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다행이 검찰이 구속기소를 결정해서 그나마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설사 탄핵이 인용되지 않더라도 내란죄 재판동안 구속상태에 묶어 놓음으로써 대통령 직무를 계속해서 정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구속기소와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한 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법원이 신속한 기소를 통해 이재명의 2심재판이 지연되는 그 어떤 빌미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법원의 결정 뒤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모종의 힘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법관 개인의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이런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번째는 검찰이 구속기소를 결정한 것의 의미다. 검찰총장이 윤석열과 인연이 많은 사람이라서 불구속 기소를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했는데 다행이 구속기소를 결정했다. 아마도 이재명은 구속기소보다 불구속 기소를 더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반윤석열 여론을 결집하기 훨씬 용이했고, 자신도 검찰을 비난하면서 재판을 지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엇보다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비난을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불구속 기소를 하면 상당한 비난이 검찰에 쏟아질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이재명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겉으로는 윤석열 구속기소를 주장했을지 모르나 속으로는 윤석열이 석방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윤석열이 석방되었다면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윤석열이 있어야 국민의힘은 극렬 우익의 결집이 용이하다. 윤석열이 석방되면 반대편의 시위와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고 결집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반대하지만 속으로는 윤석열의 구속기소가 훨씬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한국보수 진영이 모두 극우세력들에게 잠식되게 되면 한국의 견실한 보수는 완전하게 황폐하게 씨가 마르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국민의힘은 이미 상당히 극단적인 극우세력에게 잠식되어 있어 있다. 보수정당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정치를 했던 때가 노태우가 아닌가 한다. 그 당시는 여러가지 여건이 지금과 달랐지만, 현재의 국민의힘은 당시 노태우의 정치세력에 비해 너무 질이 떨어진다. 특히 국가발전에 대한 기본적인 구상자체가 없다. 보수정당은 능력에 기반한 비전제시가 기본인데, 국민의힘은 비전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저주와 증오에 기반한 정치를 하고 있다.
물론 증오와 저주에 기반한 정치를 더불어민주당이 먼저시작했지만, 이후 국민의힘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한 것으로 보인다. 극우세력의 증오와 저주는 린치와 테러로 이어진다. 서부지법에서의 테러사태도 그런 결과다. 소셜미디어에서의 공공연한 저주와 증오는 섬뜩할 정도다. 보수정치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붕괴한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심각하게 붕괴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한사람만 제거하면 어떻게든 다시 재활의 가능성이 있지만, 국민의힘은 극단적인 극우정치의 덪에 빠지면 희망이 없다.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윤석열과 이재명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상황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윤석열 내란죄로 유죄를 받게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윤석열이 살아오는 최악의 상황은 배제하기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