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실용주의’를 주장하고 나왔다. 그는 실용주의와 기회주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재명을 이제까지 비판해온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실용주의적 노선을 걸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을 비판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중의 하나는 그가 그때 그때마다 얼굴을 바꾸는 기회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와 실용주의는 얼핏 듣기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기회주의는 개인과 집단의 작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을 무시하거나 포기하고 위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밥먹듯이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일반 사인의 거짓말과 차원이 다른 무게를 지닌다. 정치인은 자신의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마키아벨리적 권모술수를 능수능란하게 행하는 것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스탈린은 제2차 대전에서 자신의 아들이 독일군의 포로가 되자 며느리를 시베리아로 유형을 보냈다. 스탈린은 독일군에게 포로가 되는 병사의 가족을 모두 시베리아에 유형을 보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정적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처형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자신의 사익을 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스탈린이 죽고나서 그가 남긴 돈은 별로 없었다. 자신의 장례식을 위한 자금정도였다. 스탈린은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가 돈을 남기려고 했으면 웬만한 나라를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실용주의는 무엇을 위한 목적인가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목적이라면 실용주의는 원칙에 매우 충실한 이념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기회주의처럼 그때 그때 모습을 달리해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실용주의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적어도 국제정치에서 실용주의란 강대국의 간섭을 배제하고 한국민족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이재명이 실용주의를 주장하려면 트럼프의 노골적인 경제적 강압행위에 반대해야 하고, 중국을 상대로 한국군을 이용하려는 시도에 단연코 반대해야 한다.
국내정치에서 실용주의를 추구하려면, 기업이 외국과의 교역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그를 통해 대중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연한 누수효과를 기대하거나, 지금과 같이 혁명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빈부격차를 그대로 끌고나가서는 안된다.
이재명은 한국정치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용주의적 노선에 반대되는 기회주의적 노선을 선택하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장의 사법처리를 모면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실용주의 대신 기회주의를 택한 것이다. 나는 이재명이 권력을 잡으면, 우리가 그동안 보지못했을 정도의 친미맹종주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독자적인 사고능력을 상실했다. 그들의 가치관은 모두 진영적 논리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을 뿐이다. 소위 민주개혁세력이란 자들은 이재명의 하수인일 뿐이다. 소위 민주개혁세력이란 자들은 이미 권력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꿀물에 도취한 자들에 불과하다. 그들이 진정 민주를 말하려면 1인 독재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를 먼저 말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국민의힘에는 국민이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
국민의힘은 실용주의도 아니고 기회주의도 아니다. 그들은 친미 친일 맹종주의를 추구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극우 이데올로기와 대외의존주의라는 이념에 빠져 있는 자들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이익 따위에는 아예 찾아 볼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들 또한 권력에서 흘러나오는 꿀물을 받아 먹는데 취했다는 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소위 민주개혁세력과 바를바가 없는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자가 실용주의를 말하는 것은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말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실용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재명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걸었나? 그는 자신이 과거에 싸질러 놓은 잘못을 덮기 위해 실용주의라는 말을 더럽히고 있을 뿐이다.
윤석열은 최근 탄핵심판에서 그가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책임의식 자체가 없는 법꾸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이 노골적이고 후안무치한 법꾸라지라면, 이재명은 간악한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과거의 국제정치적 문법은 용도가 폐기되었다. 새로운 국제정치적 문법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탄핵정국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정치세력을 일소하고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도세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권력의 단물을 그리워하는 자들은 모두 몰아내지않으면 진정한 한국의 발전은 없다.
새로운 주도세력을 어떻게 만들어 갈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이야 말로 대중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