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복기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모두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 의문이 가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왜 김용현은 계엄을 건의했고, 윤석열은 계엄을 결정했을까? 하는 문제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김용현이 이런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이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두뇌회전이 매우 빠르고 이해관계에 철저하다. 절대로 자신이 손해보는 짓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추구하는 방향과 삶에 대한 태도가 나와 다를 뿐이지, 그의 명석한 판단능력은 당대에 누구도 따라오기 어렵다. 특히 대의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철저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윤석열이 시켜서 했다고 단순하게 판단했는데 내가 아는 김용현은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시켜도 자기가 손해볼짓을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다.
김용현은 일처리가 철두철미하고 깨긋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계엄으로 국회를 봉쇄하는 일을 이렇게 처리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평상시의 그의 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특히 국회를 점령하는 일은 절대로 그의 방식이 아니다. 만일 김용현이 특전사를 투입해서 국회기능 마비를 시키려고 했다면 이렇게 어설프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전혀 김용현 답지 않다.
윤석열은 김용현이 건의했다고 해서 계엄을 실시했을까? 윤석열도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김용현이 건의했다고 해서 계엄을 결정할 정도의 막무가내는 아니란 말이다. 자신이 법률가인데 이일이 잘못되면 어떤 결과가 될지 몰랐을리가 없다. 결국 윤석열은 이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계엄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정상적이라면 자신의 권력은 물론 평생 감방에서 썩을 것이 뻔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가 미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과연 윤석열이 미쳤을까? 아니면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국회보다 더 많이 갔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계엄군이 간 곳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나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IT관련자가 약 50명가까이 출동을 했다고 한다.
계엄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계엄군이 특별하게 가져간 것이 없다고 발표를 했다. 그렇다면 거기에서 계엄군은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떠도는 이야기는 4.15 총선에서의 부정선거 증거 운운하는데 계엄군이 가서 서버사진찍는다고 부정선거의 증거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리저리 문의해보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를 복사할 경우 약 1-2 주 정도면 포렌식을 해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윤석열과 김용현이 설사 부정선거의 증거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있다는 것을 안다고해도 이런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하려 했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실패했을 경우에 치뤄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일은 알 수가 없는 것이라 만일 윤석열과 김용현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았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럼 그동안 잠못자고 계엄을 비난하고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던 나의 목소리, 그리고 한국대중의 분노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일종의 직업병 같은 것이다. 전혀 예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보는 것이다. 그래야 무슨 일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은 코뿔소에 대비한다고 할까?
그래도 이런 상황을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이제 1주일이 지났으니 조금 차분하게 상황을 다시 짚어 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김용현과 윤석열이 왜 저렇게 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어렵다.
검은 코뿔소를 생각하면 앞으로 내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