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간 중요한 국제정치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크게 보다 세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러시아와 조선의 관계가 지니고 있는 함의다. 한국 언론들은 남북관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시야가 좁으니 러시아가 새로이 짜려하는 국제정치의 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러시아가 드네쁘르뻬뜨로프스끄의 유노마쉬 공장에 발사한 오레슈닉 극초음속 중거리탄도탄 미사일이 초래하고 있는 국제정치적 변화다. 아직 두고보아야 하겠지만 오레슈닉은 제2의 맨하탄 프로젝트와 같은 비중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오레슈닉의 등장으로 국제정치적 셈법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가 한다.
세번째는 서아시아의 국제정치적 변동이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휴전을 했지만, 곧 이어 시리아에서 내전이 격화되었다. 주로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의 활동이 거세진 것 같다. 미국과 튀르키예가 시리아에서 손을 잡은 정황이 아닌가 한다. 러시아와 이란이 다시 시리아를 지원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에 이은 시리아의 내전이 어떤 국제정치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잘 파악해야 할 것이다.
혼자서는 위의 세가지 내용을 모두 정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첫번째 러시아와 조선의 관계를 통해서 드러나는 국제정치질서의 새판짜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러시아 국방장관 벨로소프가 조선을 방문했다. 불과며칠전에는 최선희가 러시아를 장기간 방문해서 뿌찐을 위시한 러시아 주요인사를 만났다.
이를 두고 한국의 언론은 러시아가 조선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무기와 병력파병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보도를 하고 있다. 한국 주류사회의 시야는 매우 좁다. 대부분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나 북한의 도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파병과 지원같은 문제로 스스로 관심을 좁힌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상황이 매우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마치 거대한 체스판이 움직이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와 조선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러시아와 조선은 새로운 안보질서의 구축이라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다. 조선은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주도의 동북아 안보질서를 바꿔야 하고, 러시아도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미국의 안보적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조선에 관심을 가지고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무기나 병력의 제공같은 부수적인 사안이 아니라 조선을 중심으로 동북아 안보질서를 재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적인 안보구도를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망각한 것 같은데 불과 35년년까지만해도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질서를 양분했던 국가다. 한동안 뒤로 물러서 있던 러시아가 힘을 회복하고 다시 국제정치의 무대로 되돌아 온 것이다.
러시아가 조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동북아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출하기 위한 전진기지
둘째는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북해항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역할
셋째는 중국과 조선과의 관계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안전핀의 역할이다
첫째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출하기 위한 전진기지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조선은 앞으로 매우 강력한 군사적 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의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러시아가 조선에 군사력을 지원하고 강화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어리석을 짓을 한 것이다.
러시아가 조선에 제공할 수 있는 군사력 강화는 S-400같은 첨단 방공무기체계와 오레슈닉 미사일도 가능할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면 자신들도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조선과 협력해서 오레슈닉을 배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도 하겠다. 오레슈닉이 동북아지역에 배치되면 힘의 균형은 완전하게 무너진다.
둘째 조선이 지니고 있는 북해항로의 보호 기능이다.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물류에 있어서 북해항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북해항로의 기점으로 나진선봉지역 혹은 연해주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인데 그럴 경우 조선은 중요한 배후 군사기지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북해항로를 완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선은 중국 동북지역과 유럽의 물류 중심지가 될 수도 있다.
셋째,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 대한 안전핀의 역할은, 조선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차단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구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과 조선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우호적인 관계라고 하기 어렵다. 조선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해왔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조선의 핵무기가 반은 미국을 향해 그리고 반은 중국을 향해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핵무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제재를 가했던 국가가 중국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1기때 결렬된 하노이 정상회담은 미국으로서는 결정적 패착이었다. 당시 미국이 북한을 껴안고 관계를 개선했더라면 조선을 통해 중국의 핵심을 견제하고 러시아도 후방에서 위협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은 조선의 핵무기를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로 향하게 할수도 있는 기회를 놓쳤다.
러시아가 최근 들어 조선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트럼프가 다시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겠다. 조선이 미국에 기울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선이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중국보다 러시아가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선도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면 그에 따른 상응한 대응은 하겠으나 조미관계의 획기적 개선은 어렵다고 하겠다. 조선도 하노이 협상실패 이후 동북아질서의 재편은 미국의 영향력을 축출하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는 단순한 무기제공이나 병력파병과 같은 문제의 범위를 훨씬 뛰어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북한군 특수부대의 러시아 파병은 완전한 거짓 공작이라고 하겠다. 여전히 아직까지도 실질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거짓정보를 뒤받침할 그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은 매우 어려운 국제정치적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미국일방주의적 대외정책으로는 한국이 당면하게될 도전을 극복하기 어렵다. 모두들 다 아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만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대중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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