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14 북한의 대남정책 변경과 남한내 친북세력 용도폐기

23년 12월 31일 북한은 남한과의 기존관계를 전면적으로 파기했다. 기존의 관계란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규정된 관계를 말한다. 남북합의서는 노태우 정권 당시 서명되었다. 남북간의 관계는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쌍방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다짐”

그리고 제1장 남북화해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제1조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제2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제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아니한다.

제4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전복하려는 일체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제5조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

유감스럽게도 남북합의서는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 조항별로 누가 더 많이 더 심각하게 위반했는가를 살펴보면 남한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쌍방 누구라도 파기하면 효력이 상실된다. 남북기본합의서를 주도한 것은 남한이었으나, 남한 스스로가 제대로 지키기 않았고, 23년 12월 31일 마침내 김정은이 사실상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의 남북간 적대적 국가관계를 선언한 것은 여러가지로 중요한 의미와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3개월이상이 지났으나 남한 내부에서는 북한의 이런 선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구상과 방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은 당연히 통일부가 해야할 것이나 통일부는 그저 북한에 대한 비난만 할뿐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대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통일부는 더 이상 필요없는 조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북한이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가 아니라고 선언을 했으니 앞으로 남과 북은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권을 위시한 남한의 보수세력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선언했으니, 남북기본합의서의 기본 취지는 남한이 먼저 폐기처분한 셈이다. 김정은의 발표는 북한이 남한의 주장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구상하기전에 그동안 참고 지내던 북한이 왜 급기야 대남정책을 변경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대남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책의 변경은 남한 같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그리고 변경은 매우 신중한 평가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북한이 대남정책을 바꾼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소위 진보정권이 수행한 대북정책을 보면서 더 이상 남한과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에는 친북적 성향을 지닌 운동권 출신들이 많이 참가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이었다. 보수정권이야 원래 그렇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겠지만 소위 진보정권이라고 했던 문재인은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 가장 반북적이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 아무런 주도적인 주체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권을 구성하고 있던 소위 운동권 출신들이 가장 친북적인 정치세력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통일전선전술을 통해 남한내에 친북세력을 규합하여 대남정책의 동력으로 이용해왔다. 북한으로서는 문재인 정권이 대북정책을 보면서 더 이상 남한내 진보세력과의 관계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남북간 적대적 관계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남한과 관련된 외곽 조직을 사실상 모두 해체해 버렸다. 노동당 통전부도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남북간 적대적관계를 선언하면서 남한내 종북 및 친북세력과의 연계도 파기했다.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남한내 친북세력들이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실을 보여준 것이 문재인 정권이었다는 것이다. 반미를 주장하던 정치세력들이 결국은 남북관계의 발전보다는 자신들의 알량한 이익확보를 위해 북한이 생각했던 혁명적 대의를 배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주변의 경기동부의 영향이 매우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위 주사파라고 했던 경기동부가 반미운동을 했다는 한동훈의 비난 한마디에 비례대표 후보를 갈아치운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하겠다.

북한은 소위 한국의 주사파를 위시한 종북 및 친북세력들이 결국은 미국의 정치공작에 이용되었고 다시는 고쳐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대부분의 친북세력은 나름대로의 순수한 이념적 지향을 지니고 있을 것이나, 운동의 방향을 정하는 최상층부에 있는 자들은 이미 미국의 협조자라고 해도 정황상 별로 틀리지 않은 것이다.

나같은 개인도 이런 사실을 파악할 정도인데, 북한이 남한내 친북정세력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해방이후 지금까지 견지했던 통일전선전술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남한내 종북 및 친북세력에 대한 의심은 상당히 합당하다고 하겠다. 그동안 주사파를 자칭했던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전향하여 극우세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의 경기동부를 위시한 주사파를 형식적으로는 전향하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미 전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하겠다. 북한에게 있어서 이런 세력들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북한은 사실상 남북관계의 재정립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떤 관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적대적 국가관계’임은 분명하다.

북한의 이번 선언으로 인해 그동안 경기동부와 친북세력들은 사상적 존립기반을 상실했다. 앞으로 남한내에서 벌어졌던 통일운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북한은 남한의 통일운동에 절대로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남한내 종북 및 친북세력과도 관계를 차단할 것이다. 사실상 이미 차단해 버렸다.

북한의 정책변화는 남한내 종북 및 친북세력들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정치의 향방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동안 종북 및 친북세력들은 남한의 진보운동 방향을 왜곡시켜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이후 남한에는 친북 및 종북세력들이 정치권으로 진입했다. 남한과 같은 국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냥 그러려니 지나쳐서는 안된다. 거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구상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남한내 종북 및 친북세력들이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앞으로 남한내 진보정치세력은 무엇을 이념적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