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20 역사의 변곡점이 될 조선-러시아 정상회담,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in hive-168850 •  18 days ago 

6월 19일은 미국이 패권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날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조선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그들과 동맹수준의 국가가 된다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냉전 종식이후 조선이 그동안 생존을 위해 노력해온 그동안의 과정을 조금만이라도 되짚어 보면, 조선이 완전하게 노선을 변경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의 이번 노선은 과거 김정일의 노선과 완전하게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이라는 점에서 변곡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정일은 냉전종식이후 조선이 활로를 찾을 유일한 방법을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사람들은 이제 기억도 하지 않겠지만 1994년 미국 핵합의 당시 조선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이제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제네바 AF를 사실상 폐기하고 경수로 제공을 거부하면서 조선은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만일 미국이 제네바 핵합의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조선의 핵무기를 당시의 수준에서 묶어 두면서 조선을 미국과 가까운 국가로 만들수 있었을 것이다. 조선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이런 관계를 만들어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제네바 핵합의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이후에도 조선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자신들이 처한 현상을 타개하겠다는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어렵게 이루어진 미조선간 햅합의도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사건으로 무산되었다. 이제까지 한국과 미국의 당국과 언론들은 조선과 미국의 핵합의 과정에서 조선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선후관계를 조금만 살펴보면 오히려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은 미국과의 합의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김정은이 트럼프와 싱가포르 및 하노이 협상을 시도한 것은 노선의 변화를 위한 마지막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러시아로부터 찾기로 한 것은 크게 두가지 때문이라고 하겠다.

첫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이다. 조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미국이 국제정치를 장악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정치질서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앞으로 국제정치는 미국 마음대로 움직여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두번째는 한국에 대한 재판단이다. 조선에게 한국은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하겠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중재자와 매개자로서의 의미이고, 두번째는 같은 민족으로서 조선이 일어서는데 절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대인 것이다.

중재자와 매개자는 독자적인 활동영역이 있어야 가능하다. 김정은 등장이후 마지막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기대했으나 별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것은 한국이 미국에 너무 편중되어 제대로된 중재자 및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조선이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를 접게 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위선적인 태도와 윤석열이 보여준 조선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찬 적대적 태도 때문일 것이다.

제반 환경적 요건이 악화되어가고 있었지만 조선과 러시아가 이렇게 긴밀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은 러시아가 한국과의 관계를 완전하게 재검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겠다. 만일 윤석열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지금같이 조선과 러시아가 동맹수준의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로서도 한국과 경제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이후의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한국과 적대적인 관계로의 전환을 추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러시아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한 것이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일방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고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상당량의 대포포탄을 수출함으로써 러시아를 자극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 매우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하고 조선과의 관계개선과 확대를 시도한 것이다.이렇게 보면 이번 조선과 러시아의 동맹관계 수립은 윤석열의 공로라고 하겠다.

미국이 최소한의 전략적인 사고를 할 능력이 있었다면 이번 처럼 조선과 러시아가 동맹관계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 정권과 윤석열 정권은 충분하게 그럴 능력과 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을 방치했다. 조선과 러시아의 이런 관계발전은 한국에게 당연히 기회가 아니라 도전이다. 앞으로 한국은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강화에 따른 안보상황 악화에 상당한 비용을 치뤄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조선과 이렇게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 것은 이전의 글에서도 말한 것처럼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약한 고리를 보강한다는 의미와 함께,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때 뒤를 탄탄하게 보강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금과 달리 전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사전준비의 일환으로 자신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동북아지역을 보강한다는 말이다.

조선과 러시아가 서로 상호보호조약을 맺었다고 하면,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러시아가 조선에 군사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를 전쟁상황으로 몰아감으로써 자신의 후방이 위험해지는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조선의 군사관계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관계처럼 일방적이지 않다.

이번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강화를 매우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조선이 안보적 보장을 제공하고 러시아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들이 조선을 마치 한국처럼 항상 보호받는 국가로 생각하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과정과 경험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피보호국이라는 필터를 낀 눈으로 조선과 러시아의 관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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