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한일 군수지원협정의 체결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일본은 한국과 각종 군사관련 협정들을 체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그 시발이었다. 일본이 왜 한국과 군사조약협정 그것도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을까?
한일간 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은 한국의 필요성보다 일본과 미국의 필요성 때문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혹자들은 조선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조선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본의 분석과 평가는 부정확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미사일의 특성상 한일간의 평시 미사일에 대한 정보교류는 큰 의미가 없다. 전시가 되면 일본의 정보제공은 아무런 소용도 없다. 한국과 조선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 일본의 정보제공은 별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아마도 한국의 정보제공이 일본에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일간 정보보호협정이나 군수지원협정은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해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 협정의 체결 뒤에 숨어 있는 드러나지 않은 노림수가 더 문제다.
미국은 한일간의 정보보호협정이나 군수지원협정의 추진을 강조한다. 그것은 미-일-한의 안보구도와 위계적 역할분담 그리거 한국을 한반도이외의 지역에 개입시키고,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일간 군수지원협정은 지금의 상황에서 아무런 실질적 효용성이 없다. 70년전 한국전쟁과 같이 미국이 제해권을 완전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의미가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대한해협은 완전하게 차단된다.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해협을 통제하려 할 것이고, 조선도 잠수함이나 탄도 미사일 혹은 순항미사일로 미국과 일본의 선박을 타격할 것이다. 특히 조선은 군용이나 민간선박을 가리지 않고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은 전쟁이 발발하면 승리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한국의 가장 심각한 취약점은 섬나라라는 것이다. 바다만 통제되면 식량자급을 하지 못하는 한국은 스스로 항복할 수밖에 없다. 조선도 이런 것을 노리고 남해 해역에 접근하는 선박에 무차별 타격을 가할 것이다. 남해 해역에서 핵무기의 사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예상되는데 한일간 군수지원협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한국에서 전쟁발발시 군수지원을 하는 유엔사 후방기지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이는 이제까지의 그 어떤 전쟁에서도 보지 못했던 잔혹하고 치열할 것이다. 쌍방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조선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 것인가를 모두 예측해보아야 한다.
미국과 일본도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을 것인데 굳이 한일간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의 전장이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한다는 점이다. 한국을 중국과의 분쟁에 개입시키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미국은 일본을 내세워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만들어내는 대리전쟁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한일군수지원협정만으로도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과의 분쟁에서 한국을 자신의 하위국가로 둘 수 있으니 그것은 일석이조다. 실제 중국과 군사적 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각종 계획수립과정에서 한국군과 일본자위대는 협조를 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한국군은 일본 자위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또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에 군수지원을 위해서는 일본 자위대의 수송선단 보호와 같은 작전 그리고 한반도에서 전개시 일본 군사지원부대의 보호와 같은 작전에 자위대 전투부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실제적으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전시군수지원협졍을 맺으면서 이를 통해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에 대한 명백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일본의 개입과 지원을 결국 전후처리과정에서 일본의 주장을 들어 주어야 한다는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
현직에 있을 때 군인들이 오로지 전쟁준비라는 생각만 가지고 한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이미 생각자체가 완전하게 고착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고 이런 저런 말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군인들이야 협소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윤석열 정권이 정치적 차원에서 이런 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일간 정보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면 이는 사실상의 동맹조약이나 마찬가지다 .
윤석열 정권이 사실상 동맹조약을 행정부 자의적으로 체결하고 추진하는 것은 헌법적 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한일간에는 군사동맹조약 자체가 없다. 소위 말하는 한일간 군사관계를 위한 엄브렐라 조약이 없이 각각 개별 협정의 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것이다.
한일간의 엄브렐라 조약이 없으면, 개별 군사조약은 모두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권은 꼼수를 부려서 미-일-한 3각동맹을 만들려고 하는 시도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는 3각 동맹 특히 한-일간의 군사관계에 대해서는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이런 내용을 입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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