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10 남미의 새로운 주역이 될 베네주엘라와 꼼뮌체제

in hive-168850 •  2 months ago 

역사의 전환기에는 사고와 인식의 폭을 넓혀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교역에 의존하는 국가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그런 이유로 윤석열이 무조건 친미와 친일 그리고 증오에 가득찬 반북적 태도가 위험한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서 역사는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넘어가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가장 특징적인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는 미국의 힘과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역이 남미다.

최근 베네주엘라 대선을 둘러싸고 미국은 첨예한 정보작전을 벌렸다. 집권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했다고 하면서 정권전복을 시도했다. 미국과 서방언론에서는 베네주엘라 대중들이 광범위하게 마두로의 부정선거에 반대하는 것처럼 선전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차베스 이후 베네주엘라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로 경제가 매우 어려웠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상하게도 베네주엘라 인민들은 차베스와 그 뒤를 이은 마두로를 지지했다.

미국의 지원으로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고자 했던 베네주엘라 우파 정치인들이 그동안의 시위와 반대를 포기하고 해외로 망명했다. 미국이 아니라 스페인으로 망명했는데 그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베네주엘라 우파 정치인들과의 연계를 꺼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한다.

이쯤되면 우리는 당연한 질문을 해야 한다. 무엇이 베네주엘라 인민들에게 오랫동안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견디고 저항하게 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 단초를 베네주엘라의 사회주의적 개혁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차베스 이래 베네주엘라는 각지역을 꼼뮌위주로 개편했다. 꼼뮌이란 인민의 자치체제를 의미한다. 스페인어로는 꼬무나라고 한다.

챠베스 이후 베네주엘라는 전국적으로 4500개 이상의 꼬무나를 조직했고 이 꼬무나들은 국가의 예산을 받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8월 25일에는 제2차 전국인민평의회를 통해 도로, 전기, 스포츠, 식구, 기스, 주거, 건강, 교육, 환경, 생산단위, 공공운수와 여타 사회개발 계획과 관련된 24000여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대상을 뽑는 투표를 실시한 것이다. 각각의 프로젝트 또한 꼼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결정한 것으로 그들은 모든 의사결정과정의 주체가 된다고 한다.

꼬무나는 차베스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동안 구축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사회생산 단위가 협력적인 방식으로 그들의 지역에서 어떤 유형의 사회적 프로젝트가 수행되어야 하는지를 민주적으로 합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투표에서는 15세 이상의 모든 시민들이 투표에 참가했으며 이는 거의 독점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예산과 사업이 추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직접민주주의의 대안적 형태라고 한다.

미국의 정보공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꼬무나 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인민이 주인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직 자료를 별로 찾아보지 못해서 이 꼬무나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베네주엘라가 남미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최근 브라질의 실바 대통령은 베네주엘라 마두로의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브라질의 실바를 위시한 좌파 정치인들이 이미 미국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앞으로 남미의 대표주자는 베네주엘라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브라질은 이미 개혁의 역동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브라질이 비록 브릭스의 창안자이기도 하지만 베네주엘라 마두로의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이미 영향력을 상당부분 상실해가고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 베네주엘라에서 꼬무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남미의 대표주자는 베네주엘라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이번 사태로 베네주엘라에 대한 미국의 정보공작은 사실상 종말을 고한 것 같다. 바로 그런 점에서 브라질과 베네주엘라의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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