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미국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설전이 벌어졌다. 미국이 요구한 광물협정에 서명을 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한 젤렌스키는 평화협정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전보장 조치를 요구했으나, 트럼프는 미국이 요구하는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결국은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백악관에서 나가달라고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광물협정을 체결하지 못했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협정 체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정면충돌을 한 것이다.
이번 일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상황을 연출한 것만 보면 트럼프의 승리인 것 같지만, 사실은 트럼프의 완전한 패배라고 하겠다. 세계 패권국가의 대통령인 트럼프에게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젤렌스키가 정면으로 대든 것이다. 이는 이전의 경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젤레스키가 수모를 당한 것 같지만 이는 미국의 국제정치적 위신을 크게 떨어뜨린 것이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공개적으로 압박해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을 했을지 모르겠으나, 이는 앞으로 역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그 이면에는 각각 어떤 입장과 힘이 작용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이렇게 반발한 것은 죽음을 각오한 일이나 마찬가지다. 젤렌스키의 입장에서는 죽음을 각오하거나 아니면 이런 일이 벌어져도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지 않고는 이런 식으로 대들기 어렵다. 젤렌스키의 생명은 항상 위험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통상 적국보다 우방국에 의해 제거되는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약소국 지도자의 운명이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러시아간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간 어떤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입장은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유럽 안보체제에서 미국이 발을 빼는 한이 있더라도 우크라이나에 투자한 미국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그동안 투입한 전비를 회수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안보구도는 양보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은 확보한다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유럽에서의 안정을 바탕으로 중국과 힘을 겨루겠다는 전략을 위한 잠정적인 조치라고 하겠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굳이 서둘러 평화협정을 체결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군사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하는 것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방책일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회담협상을 질질 끌면서 전선에서의 군사적인 승리를 점점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미국에게 희토류 투자를 언급한 것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트럼프의 미국을 회유하기 위한 술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오래 끌어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 우크라이나를 완전하게 군사적으로 점령해서 미국 금융자본의 투자금을 형해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투입한 전비를 반환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세계적 수준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힘을 상당한 수준까지 약화시키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협상결렬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러시아라고 하겠다. 누가 가장 이익을 크게 보는가를 보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쉽다. 필자는 젤렌스키가 혼자만의 판단으로 이런 협상결렬을 초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젤렌스키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젤렌스키의 안전보장과 관련하여 러시아와 사전에 비밀협상이 있었을 경우, 두번째는 유럽국가들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았을 경우다. 어떤 경우가 더 가능성이 더 클까? 필자는 러시아와의 비밀협상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세번째로 젤렌스키가 혼자서 트럼프에게 대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젤렌스키는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시도하는 러시아와의 평화협정은 최악의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130만명이 넘는 병력을 상실했다. 주요 공업지대의 대부분인 돈바스 지방은 러시아에게 점령당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휴전은 우크라이나에게는 재앙이다. 우크라이나는 전후 복구할 수 있는 역량이 하나도 없다. 유일한 국가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흑토지대의 상당부분도 미국 금융자본에게 모두 넘어갔다. 게다가 그나마 조금 있는 광물도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협상이란 우크라이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만일 젤렌스키가 진정으로 우크라이나를 생각한다면 우크라이나를 통채로 미국에 팔아넘기는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우크라이나의 대부분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러시아에 넘겨주고 전후복구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으로 종전을 하느니 직접 러시아와 종전협상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반데라주의자로 대표되는 나찌와 결별하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평화협상 중에도 계속 공격해 올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차피 파국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국의 안전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협상은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이럴 바에야 젤렌스키는 러시아에 항복하고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번 회담의 결렬로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협상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젤렌스키를 제거하고 다른 꼭두각시를 내세우는 것이다. 혹여 미국이 젤렌스키를 제거하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꼭두각시가 미국의 말을 그대로 들을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방안은 이번 사건으로 어려워졌다고 하겠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젤렌스키가 암살을 당하는지 아닌지가 우선 중요한 관건일 것이고, 미국의 안전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 젤렌스키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예상가능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젤렌스키 제거 이후 새로운 꼭두각시 등장
두번째, 젤렌스키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교섭시작
세번째, 러시아의 일방적인 군사작전으로 전쟁 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