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언론에서는 이에 대한 보도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의 상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3일 사이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행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젤렌스키가 6월부터 수행하던 공세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어로 전환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발언에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기 때문에 돈바스를 우크라이나 영토로 다시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 있었다.
젤렌스키의 이 말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을 회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젤렌스키의 발언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발언은 전쟁이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은 미국과 서방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가 장악한 주도권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젤렌스키는 방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방어라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다. 방어는 축성과 장애물을 출발점으로 한다. 방어로 전환한다는 것은 적보다 병력과 무기 및 장비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방어를 위한 시설물을 건설하고 지뢰와 철조망 등의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서 수개월동안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우크라이나가 공세에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다.
우크라이나 군이 현시점에서 방어로 전환한다면 방어진지는 상당부분 후방에서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드네프르 강이나 주요 도시 그리고 산악과 같이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자연 및 인공 장애물을 이용해서 방어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선에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아마도 현재 치열하게 진행중인 아브디브카 전투같은 상황이 우크라이나 군이 방어진지를 구축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이 작전적 수준에서의 방어망을 어디에서 구축할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방어망 구축을 방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방어진지 구축 자체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번 우크라이나 군의 공세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군사는 국가존망지대사라는 말은 손자병법 제일 처음에 나오는 말이다. 군대를 함부로 움직이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크라이나는 절대로 공격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을 했다. 미국과 서방이 밀어부쳤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하게도 정치가 군사의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한 결과로 발생한 패배다. 정상적이라면 이번 패배의 책임은 미국과 서방 그리고 현장 지휘관의 의견을 무시한 젤렌스키가 져야 한다.
당시 우크라이나 군 총참모장 잘루즈니는 공세에 반대하고 잘루즈니 라인으로 방어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과 서방 그리고 젤렌스키는 잘루즈니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세로 전환했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다시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더 이상 유의미한 병력 동원은 불가능하다. 보도에 따르면 장교를 충원하기 위해서 징집연령을 70세까지로 늘렸다고도 한다. 30-40대 여성도 전투원으로 투입되고 있다. 17세 미만의 소년병들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번 6월 공세로 12만명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런 실패에 대해서는 정치적 군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군사문제에 부당하게 개입한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계엄상황이라는 이유로 내년도 대선도 치루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주도권은 러시아의 손에 있고 전쟁은 러시아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정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계속해서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것이다. 앞으로 러시아가 수행하는 전쟁의 대상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대중들의 여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어차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그대로 존속시켜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전쟁을 끌면서 우크라이나 대중들에게 미국과 서방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각인시켜 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대중들 스스로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이용만 해먹고 불리하니까 도망갔다는 인식을 하게 만들고, 결국은 러시아의 영향력하에서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것을 받아 들이도록 하려고 할 것이다.
젤렌스키는 권력을 유지하는 길이 살길이나 러시아는 이미 협상을 배반한 전력이 있는 젤렌스키와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공격을 계속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중들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해 젤렌스키의 하야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중들이 친러시아 인사를 대표로 내세울 때가지 협상을 계속 거부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대중들은 스스로 우크라이나 나찌세력들을 척결하게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향후 러시아가 어떤 공세 작전을 가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부터 러시아의 공세작전을 어떤 정치적 그리고 전략적 목적을 달성할 것이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