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기 바로 직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란 전투행위가 우크라이나를 벗어날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마크롱이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해야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나토 가입국 사이에도 설왕설래했지만 미국과 집단 서방이 현 우크라이나 전황을 지극히 비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단서방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브디브카에서의 패배이후의 전황이 지극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군의 진출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처럼 그대로 두면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무너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의 나토군 개입 고려 발언이 사전에 전혀 조율되지 않은 돌출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정도 중요한 발언이라면 마크롱은 이미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을 것이다. 사실 미국과 집단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토군을 투입할 것을 결정해놓고 나토 가입국가들을 설득해가기 위한 일련의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어제 러시아 언론에 발표된 독일군 고위장교들이 타우루스 미사일로 크림대교를 파괴하는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한 것을 보면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전쟁개입 시도가 얼마나 깊숙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월 1일 푸틴은 나토군의 개입시 핵무기를 사용할 것임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집단서방이 나토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나토군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투입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황이 불리해짐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법이다.
만일 이번에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 개입을 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러시아는 당연히 전장을 우크라이나에 국한시키지 않고 유럽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리트비아가 파병을 하겠다고 했으니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나면 그 이후 곧바로 리트비아로 군대의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돈바스 지역에서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이제까지 징병한 군대의 투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여전히 주요 전투는 돈바스 민병대가 주축이 되어 있고 치열한 전선은 용병이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징병한 군대와 자원부대는 예비대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한된 지역에서 정규군이 투입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러시아 정치 및 군사지도부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종결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거에도 러시아는 공격을 받으면 반격으로 영토와 영향력을 넓혀 나가는 방식이었다. 나폴레옹 전쟁과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상황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용병과 같은 방식이었을 뿐이다. 만일 정식으로 나토군이 개입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러시아도 전장의 확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밖에서의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 미국과 집단서방에게 최상의 전쟁종결은 우크라이나 안에서 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를 넘겨주고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준수하겠다고 다시 한번 선언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위의 조건에 만족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장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것인가 아닌가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까지 패권의 약화와 붕괴는 세계대전을 초래했다.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중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어서 대규모 재래식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도 않다.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수도 있다. 전쟁의 제1차적인 결과는 영토의 변경이다. 전쟁은 현상변경을 막거나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의지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장이 확대되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국제정치질서의 변경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미국과 집단서방은 전쟁을 게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러시아는 목숨과 운명을 걸고 있는 듯 하다. 절박한 측이 이긴다. 그리고 승자가 전후 질서를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