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은 묘하다.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 전장은 러시아가 압도하고 있다.
2 나토는 점점 더 개입하려고 한다.
3 현재 민주당의 미국은 대선까지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려 한다.
4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게 휴전협상을 하라면서 전쟁에서 빠져 나오려고 한다
우리가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러시아가 왜 지금과 같은 양상의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미 전선의 군사적 균형은 무너져있다. 통상적이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좌우로 흔들고 조금 더 과감한 공세를 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결정적인 군사적 패배로 몰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여전히 러시아는 이전과 같이 압도적인 화력을 바탕으로 작전템포보다 우크라이나군을 직접 파괴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앞으로 달릴 준비가 된 말을 뒤에서 끌어 당기면서 천천히 나가게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형국이다.
러시아가 이런 형태의 작전을 계속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먼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신속하거나 결정적으로 승리할 경우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보다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이말은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면 누가 당선되느냐와 상관없이 미국은 러시아와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나토국가들은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미국일 뿐이다.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가급적 군대의 진격속도는 늦추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파괴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토의 개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앞으로도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토국가 내부에서도 단일한 대오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헝가리, 튀르키예, 슬로바키예 등의 국가들은 이미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가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러시아가 설사 발트3국을 침공한다고 하더라도 집단방위기능을 행사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최근들어 나토의 직접 개입을 볼 수 있는 상황이 계속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전후처리에 중요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적대적인 행위를 했다는 점을 들어 나토의 존재자체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러시아는 자신도 나토에 가입하거나 나토자체를 해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이점은 한국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한국이 무기와 포탄을 제공한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따른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정의가 된다. 전쟁에서 정의롭지 못한 승자는 없다. 아무리 정의롭지 못하다고해도 승리하면 정의가 되는 것이 전쟁이다. 한국대중들은 전쟁의 속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전쟁에 대해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전쟁에서 누구편을 들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유일한 판단기준은 누가 승리할 것인가이지 누가 정의로운가는 아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는 포기했다. 그것이 군사적이든 경제적이든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급격하게 붕괴되었고 이제 미국은 패전이후의 상황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대리전쟁을 치루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전쟁의 당사자는 미국과 러시아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이점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작전양상을 계속하고 있다. 여전히 러시아는 군수생산을 가속화하고 있고 상당한 규모의 예비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예비대의 1/3만 투입해도 우크라이나군은 붕괴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지금과 같은 지리한 작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미국대선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러시아는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군사작전을 개시할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이미 우크라이나 군은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군은 군대라기 보다는 국경수비대와 같이 현상황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군대를 한국군에 비교해서 보자면 GOP에 부대가 있고 FEBA에는 아무런 군대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군은 전쟁이 발발하면 결정적인 전투를 FEBA에서 수행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 지역에 군대가 없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제까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작전적 전략적 예비대를 모두 소모시켰다. 지금 우크라이나전쟁의 상황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선을 뚫리면 러시아군이 종심으로 기동할 수 있는 지경이다. 그런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전선을 뚫기 보다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군의 파괴에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의 전선이 붕괴되면 이를 돌파하기 보다는 우크라이나 군이 많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공세를 전환한다. 이제까지 군사적으로는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군의 작전수행을 보면서 군사적 천재는 군사이론에 구애받지 않고 군사이론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바흐무트 지역에서 러시아 총참모부와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은 마찰을 빚었다. 프리고진은 바흐무트를 신속하게 점령하기위한 신속한 대량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러시아 총참모부를 비난했다. 당시 러시아 총참모부의 입장에서는 바흐무트를 신속하게 점령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계속 우크라이나가 군대를 바흐무트에 밀어 넣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는 말이다. 즉 프리고진이 전술적 수준에서 판단하고 있었다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전략적 작전적인 승리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프리고진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도 있었는데, 만일 러시아가 프리고진을 제거했다면 프리고진의 행태가 러시아의 장기적인 전쟁수행과 전략 및 작전구상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쟁의 종결을 두고 러시아와 미국은 서로 상당히 다른 입장인 것 같다. 미국은 전쟁 종결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미루고 있다. 트럼프도 젤렌스키와 전화통화에서 전쟁종결의 결정이 마치 우크라이나에 있는것 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종결의 책임과 권한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에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을 모두 우크라이나에게 넘기고 미국은 그냥 빠져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나토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토가 러시아와 협상을 요구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입장은 미국과 다르다. 전쟁종결의 당사자를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이라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는 나토도 전쟁종결의 상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러시아가 조심스런 작전수행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여러 이유중의 하나가 미국의 입장과 반응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급작스런 전선의 붕괴는 예기치 않은 전쟁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선이후 미국이 지금같은 태도를 취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점령하고 나토의 전쟁개입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러시아의 안보불안 해소책도 요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토는 와해될 가능성이 높으며, 잘하면 축소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리한 방어전투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피해는 작전 6월이후의 반격작전보다 일일 2-3배 더 많은 인명피해를 당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강제징집을 요구하고 있다. 전쟁이 지금 끝나도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