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 안성길
청청 하늘이 시린 눈썹까지 무너져
비가 내린다
모진 세상 더욱 모질게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은 익모초 흰 풀뿌리조차
어금니 앙 다무는구나. 물처럼
하얗게 얼어 죽은 저 들녘 자욱히
손이 매운 바람만 텅텅 운다
누이야,
희고 푸르게 말라 죽은
풀들의 물빛 흉금 다 쾅쾅 찢어발기는
황달빛 황사바람의 칼날 뼉다귀 깊숙히
유리 파편 같은 아픔들이
도깨비불처럼
시퍼런 이마
거꾸로 떨어뜨려 박히고 박히고
누이야 오오 내 누이야
이 모진 겨울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샛대 처마 끝나는 바람벽 토담에
겨우내 빈 가슴이라도 덥힐
무청 몇 두름은 걸어 두자
이 땅에
아직 살아 숨쉬는 목숨마다
가슴과 눈물이 더운
물별꽃 서너 송이는 만나게 하자
누이야,
지금은 겨울비가 저리 요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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