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 박두규
여름내 침략을 일삼던 칡이나 환삼덩굴도 잠잠해지고 강물은 스스로 야위어 몸을 낮추더니 어둠의 바닥이 되었다. 서리님 오시려나 보다. 모두가 지극정성 낮은 자세로 한 시절을 맞으니 나도 이제 말도 좀 줄이고 먹는 것도 줄여야겠다. 수심 깊이 외로워져 퀭한 눈빛에 노을이 젖으면 그나마 여름 설거지도 끝난 것인가. 이제 누가 위선을 떤다고 나무라도, 바짝 엎드려 있으면 그만이다. 귀밑머리에 허연 서리가 내려도 어느 바위틈의 들국화, 노란 꽃봉오리 하나 맺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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