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풍입니다
이른 봄 초록초록 돋아나
밥짓기에 바빴습니다
밥 지어
새 뿌리 키우고
새 잎 키워내고
새 줄기 키워내려고
온 몸에 밭솥 걸고
나는 나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시간 없었습니다
밥 지어
어여쁜 꽃도 피우고
사랑도 했습니다
언덕너머 다른 나무 뿌리 꽃가루 받아
첫날밤 첫날밤이 꿈속 같은 시절에도
온 몸에 밭솥 걸고
나는 나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시간 없었습니다
밥 지어
내 사랑, 내 아기 열매 키워내고
긴 장마 속에
내 몸에 흰가루병이 나고 썩어도
다시 새 잎 만들어냈습니다
가지가지 꺾이는 태풍 속에서도
수많은 열매 떨구면서도
아파할 새 없었습니다
후회할 새 없었습니다
나 닮은 꽃눈 잎눈 만들었으니
찬바람 가을비 속에서도
후회없이 밥솥 거두고
내 색깔로 가득 채웁니다
나는
단풍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나의 모습으로
나의 나무, 나의 사랑
나의 뿌리로 떨어집니다
기꺼이 거름이 되는
꿈을 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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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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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가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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