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2-숲해설] 세 살 형님께 깨달음을 얻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hive-183959 •  2 months ago  (edited)

"나 애기 아니야!"
으왕, 울음과 함께 터져 나온 목소리가 앞 뒷산을 쩌렁쩌렁 흔든다. 산비탈에 뿌리 박고 잘 자라던 백두대간 금강소나무들이 화들짝 놀란다.
나는 횡급히 세 살 아기에게로 다가간다. 무릎을 꿇는다. 눈높이를 맞춘다. 아가의 맑은 눈을 들여다본다. 이런이런,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떨어진다.
"잘못했습니다, 형님!"
나는 두 손을 모아 싹싹 빈다. 세 살 형님께 용서받을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
세 살 형님은 씩 웃는다. 입술 언저리가 하늘 높이 찢어진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씩 웃는다. 당차게 걸어간다.
"여기 앉으세요, 형님"
나는 세 살 형님을 전기카트 의자로 정중하게 모신다.

연일 폭염이다. 열대야까지 업은 날씨가 찜통이다. 백두대간생태수목원을 찾은 차에서 젊은 엄마가 세 살 아이 손을 잡고 내린다.
아빠가 주차하는 사이 잠시 땡볕에 서 있는 게 안스럽다. 그래서 나는 한 마디 했다.
"애기 엄마, 땡볕에 애기 세워 두지 마시고, 여기 카트에 태우세요."
그랬는데, 세살 아기는 '애기' 소리가 많이 거슬렸던 거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눈물까지 빵 터진 거다.
이후부처, 나는 숲해설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형님, 형수'로 부른다. 어린이들이게는 나이를 앞에 부쳐 '세 살 형님, 다섯 살 누님' 으로 부른다. 또는 '유치원 형님, 초등 형님, 중딩형님'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호칭을 정리하면, 숲 해설이 한결 가벼워진다. '형님' 호칭은 세 살 스승, 세 살 형님으로부터 얻는 소중한 깨달음이다.

2024년 9월 현재, 나는 백두대간생태수목원 숲해설가이다.
79학번 65세 나이로 날마다 깨달음을 하나씩 얻으며 어려진다. 계수나무에게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바람에 흔들리는 보라빛 개미취를 무심히 바라본다. 심심 산중에서 한없이 어려지며 기꺼이 늙어간다. 해맑게 어려진다./백두대간생태수목원에서 20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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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요일 있나요?
예약 해야겠죠?

가을에 평일에 한 번 갈게요. ^^

숲 해설 예약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 5일 근무하는데 수,목은 내가 쉬는 날입니다.

"Wow, what a heartwarming story! 😊 I loved how you shared the experience of being a forest guide and how it made you realize the importance of calling children '형님' (big brother) or '누님' (big sister). It's amazing how a simple change in perspective can bring so much joy to both the guide and the children. 🌳 I'm also touched by your humility and willingness to learn from the children. As someone who is 79 years old, you are an inspiration! 😊 Please keep sharing your stories with us, and let's all spread kindness and love wherever we go! 👍 And don't forget to vote for xpilar.witness at https://steemitwallet.com/~witnesses - every upvote cou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