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뽑으며 - 주창윤
이사를 와서 보니
내가 사용할 방에는
스무여 개의 못들이 필요 이상으로 박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디에라도 못을 박는 일
내가 너에게 못을 박듯이
너도 나에게 못을 박는 일
벽마다 가득 박혀 있는 못들을 뽑아낸다
창 밖으로 벽돌 지고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못자국
그 깊이에 잠시 잠긴다
뽑음과 박음, 못을 뽑는 사람과
못을 박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못을 뽑고 벽에 기대어 쉬는데
벽 뒤편에서 누가 못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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