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기로 한다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밤 사이 내린 비는 콸콸대는 소리를 낸다. 으르렁거리며 흙탕물로 사납게 흘러간다.

불어난 물살을 안고 흔들리는 풀들, 그러다 뿌리채 뽑혀 떠내려가는 풀들을 보면서 간밤에 흔들렸던 아파했던 삶을 떠올린다.

그 인간이 처음과 마지막 말을 싹 바꿀 때,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젊어서 저러겠지, 완벽을 추구하려고 저러겠지 하고 이해하다가도 반복되는 책임 회피 자기 주장에 슬그머니 짜증이 난다.

... 다 잊기로 한다
용서하기로 한다
큰 숨 들이키고 산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