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질, 단순 몰입

새벽부터
호미 한 자루 쥐고
풀밭에 걸터 앉는다
단순 무한 반복
오른손은 호미질을 하고
왼손은 돌을 골라낸다

한눈을 팔거나
몰입이 깨지는 순간은
호미로 내 손등을 찍을 수도 있다
적당한 위험이 내재된 긴장감은
하는 일에 몰입하게 한다

반나절이 지나는 동안
세상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한다
단절이 가져다 준 평안함이 호미질에 스며 있다
호미질하는 동안은 근심 걱정도 없다
모든 아픔을 잊는다

돌무덤이 쌓여가고
어쩌다 무심코
하늘 한 번 쳐다 볼 때
배고픔이 느껴지고
등줄기가 땀에 절어 있는 걸 느낀다
호미질을 하는 반나절
나는 완벽하게 저 세상을 다녀온다
호미 한 자루 쥐고 황홀한 지경에 다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