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in hive-183959 •  5 days ago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북국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려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둥켜 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 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密輸入)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장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北塞)로 가는 이사꾼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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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내용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