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 홍수희
날카로운 눈빛이다
말하지 않아도
내 영혼을 읽어버린
그날도 백목련은
어김없이
비에 젖어 있었고
야마칼 기둥 선인장은
온실 속에서
유리벽만 왼종일
노려보고 있었다
고향을 잃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유리벽을 노려보는
일이었을까
어항이나 닦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즐거이 바라보는
일이었을까
한 마디 말도 없이
나를 겨누던 총구(銃口),
고독한 시선이여!
그날도 겨울비는
두터운 외투를 비집고
들어와
모호한 내 심장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고
있었다
Downvoting a post can decrease pending rewards and make it less visible. Common reasons: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