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떠나보내며 운다 / 이효녕
바람 따라 온몸 살그머니 흔들며
산기슭에서 서로 만나 눈 맞아 살다가
허리 꺾어 몸 누운 채
떠나는 시간 가까워도 차마 말 못하고
지난 눈물 말린 꽃잎 반짝이며
허공의 머리 풀어낸 시간 뒤에서
몸을 비워가며 그리 우는가
파장의 적막이 내어준 그리움 깊어
기도 속에 영혼을 불러들이려는
마음 위로 맴도는 사초(莎草)도 시들어
아쉬운 작별 나누기도 서러운데
슬프도록 아름답게 떠나가는 사람아
이 세상 어딘가 사라진다 해도
풀벌레 울음소리로 물든 잎사귀 날리며
이 밤 이별의 손 그리도 흔들어
정든 누구를 떠나보내며 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