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강 / 곽재구
산벚꽃 핀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오리나무로 엮은 단정한 정자가 있다
육자배기를 부르고 있는 노인은 남평 문씨인데
60평생을 유치장 대장간에서 보습 날과 돌쩌귀 두드리며 살았다
막내딸 옥님이는 나와 동갑
열한 살에 소리꾼 제자가 되어 보성으로 갔다
열다섯 되던 봄날 나는 보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강물이 파랗고 찔레꽃이 천지사방에 꽃향기를 날렸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오는 산언덕 길
도시락 허리에 묶고 쑥대머리를 부르며 가던 아이
꽃향기 속에 환히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 곽재구,『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2019)
[출처] 시 모음 15. 「강」|작성자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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